한해 쓰고 남은 예산인 순세계잉여금을 주민이 원하는 곳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부산 지역 곳곳에서 조직을 구성해 주민이 원하는 우선순위 사업을 직접 정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남구조직위)는 25일 오전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세계잉여금 활용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순세계잉여금은 세입에서 지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에서 다음연도 이월금과 보조금 집행잔액을 제외하고 순수 남은 돈을 말한다. 지난해 남구의 순세계잉여금은 614억 원이다. 통상 각 지자체는 순세계잉여금을 다음연도 예산에 일정액 미리 반영하거나 추경 예산 등에 편성해 활용한다.

진보당 부산시당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역 16개 구·군의 지난해 순세계잉여금은 6096억 원(국제신문 지난 6월 10일 자 3면 보도)이다. 금정구가 676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남구, 기장군(513억 원), 동래구(506억 원), 부산진구(494억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진보당 노정현 부산시당위원장은 “거둬들인 세금을 그해 다 쓰지 못하고 남은 것은 그만큼 주민에게 혜택이 덜 돌아간 것”이라며 “매년 수백 억 원씩 남는 이 예산은 납세자인 주민 요구대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구조직위는 주민이 관내 필요한 사업을 직접 투표로 선정해 여기에 사용하도록 하는 ‘주민직접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이날부터 주민투표를 시작했다. 앞서 남구조직위는 지난 6월부터 남구 주민 3030명을 대상으로 순수세계잉여금 614억 원을 어디에 쓰면 좋을지에 대한 요구안을 받았다. 이 중 1000명에게 선호도 조사를 진행해 지난 19일 10개의 최종 주민 투표 안을 선정했다.

투표 안은 ▷코로나19 필수 업무 노동자 지원 ▷저소득층 취약계층 지원 ▷화물차 공영차고지 확보 ▷우암동 구립 공공목욕탕 건립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등이다. 25일부터 오는 10월 8일까지 남구 주민 1만 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주민투표를 통해 5대 요구안을 확정한 뒤 남구와 교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은진 남구조직위원장은 “남구를 시작으로 부산진·동래·영도·연제·해운대구 등에서도 이 같은 주민 행동을 준비 중이다”며 “주민이 선정한 투표 안에는 어렵고 힘든 우리 이웃의 울분이 담겨 있다. 오는 10월 24일 남구주민대회를 열어 세금을 걷고 남은 돈은 주민의 요구대로 쓰여야 한다는 점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