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다음 달 1일부터 공단지역 사업장과 악취 민원 발생시설 6000여 곳에 ‘유해가스 사고 예방 안내’ 홍보스티커를 부착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화장실 관리 및 사용자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악취가 의심되면 지자체에 즉시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민원을 접수한 지자체가 현장조사를 통해 유해가스를 측정하면 오수관로가 연결된 화장실은 부산환경공단이, 정화조가 설치된 화장실은 지자체가 바로 조치에 나서는 등 대응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올해 하수도특별회계 8000만 원을 각 지자체에 지원해 휴대용 유해가스 측정기 2, 3대를 구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하수도특별회계를 증액해 1억8000만 원을 들여 분류식 오수관로가 설치된 공단지역 60곳에 맨홀 센서 설치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내놓은 대책은 예산낭비만 초래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가 최근 검토 중인 공단지역 화장실 사고 현황 및 방지대책에 따르면 사고 원인을 폐수위탁 처리 사업자가 미처리 폐수를 오수관로로 방류했거나 주변 사업장에서 유해 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시의 이 같은 추정은 원인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사하서 전진호 형사과장은 “폐수위탁처리 사업자는 폐수를 정화해서 기준치에 맞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 사업장 무단 배출 역시 질식사 발생의 개연성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대 이동규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소장은 “냄새가 나면 신고하라는 홍보물과 휴대용 측정기 구입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 지난 2019년 수영구 화장실 질식사 이후 또 일어난 사고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상 규명과 함께 악취에 취약한 오수처리시설을 파악해 히트맵으로 만들고 유해가스 전문 조직기구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원인 규명이 안 된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지 않느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