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기자 도보 배달 체험해보니
- 인파에 휩쓸리고 위치 찾기 곤혹
- 고객은 작은 실수에도 눈치주기
- 라이더 배달 횟수따라 임금 격차
- ‘빨리빨리’ 압박에 위험운행 일쑤
- 동료 사고 목격 잦아 트라우마도
지난 6일 부산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낮 최고기온은 35.6도까지 올랐다. “아이고, 날씨가 이렇게 더워서 어떡합니까.” 오전 11시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 9번 출구에서 만난 라이더 윤영원(39) 씨도 기자를 만나자마자 걱정 섞인 인사를 건넸다. 이날 기자는 배달 노동자의 고충을 직접 체험하고 알리기 위해 도보 배달 체험에 나섰다. 배달 물량이 가장 많은 점심 시간대 서면이었다. 라이더유니온 소속 윤 씨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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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일원에서 국제신문 배지열 기자가 라이더 배달 업무를 체험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아스팔트 열기에 시작부터 땀 범벅
기자의 첫 배달 주문은 서면 전포시장 내 ‘통영아구찜’이었다. 배달지는 송상현광장 옆 삼한골든뷰 상가 내 한 점포. 아귀찜을 배달용 배낭에 넣고 어깨에 멨다. 호기롭게 가게 밖을 나오자 아스팔트의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배달용 배낭을 메고 한 걸음 내딛자 등 전체가 땀으로 젖었다. 가게에서 배달지까지의 거리는 약 700m. 평소 같았으면 운동 삼아 걷기 좋은 거리였지만, 무더위 탓에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천천히 걸어갈 수도 없었다. 음식을 전달하는 ‘마감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앱으로 확인하자 도보로 13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15분 안에 배달을 마쳐야 했다. 충분하다 싶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한낮에 사람으로 붐비는 전포시장의 광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윤 씨가 시장 한가운데를 돌파하는 대신 인파를 피해 부전역 앞을 지나자고 했다. 둘러가더라도 그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배달 도착 시각을 약 3분 정도 남기고서야 가까스로 상가 건물에 도착했다.
늦지 않게 건물까지 도착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었다. 상가의 복잡한 구조 탓에 배달지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 자칫 배달이 늦지는 않을까 긴장했다. 정해진 배달 시간이 늦으면 고객이 항의전화를 하거나, 음식점 평가를 낮게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플랫폼 본사에서 앱을 통해 라이더에게 ‘지연 사유를 입력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윤 씨는 “대부분 손님이 큰 잘못이 아니라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다. 그래도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겨우 시간 내 배달을 마쳤다. 쉴 틈 없이 다음 배달을 잡았다. 서면1번가의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이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해 배달번호를 확인했는데 아직 음식이 준비되지 않았다. 이 시간이 배달 노동자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다. 지연 사유가 배달때문이 아니니 책임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실내에서 에어컨을 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객은 비대면 결제가 아닌 직접 만나 카드 결제를 선택했다. 오류 방지를 위해 카드 번호를 두 번 써야 하는데 기자가 버벅대자 고객의 쏘아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다음 주문은 전포카페거리 내 한 카페였는데, 주문 품목 중에 술이 포함돼 있다. 이 경우 미성년자에 전달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음식을 건네고 주문자의 신분증을 받아 촬영하는 데 몇 번 실패하며 시간이 걸려 ‘죄송합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윤 씨는 “‘꼭 신분증을 줘야 하느냐’고 진상을 부리는 경우도 많다. 몸이 힘든 것보다 이런 게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돈’ 배달 중 사고 비일비재
기자는 배달 체험에 나선 3시간 동안 총 4건, 2.7㎞를 도보로 이동했다. 총 배달료는 2만200원을 받았다. 건당 배달 소요 시간은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0~15분 사이로 주어진다. 거리에 따라 도보의 경우 이동 거리가 1㎞ 미만인 배달이 우선 배정된다. 원동기를 타는 라이더는 최대 1.5㎞ 이상 먼 거리의 배달도 가능하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도보 배달 노동자의 경우 배달 한 건이 끝나야 근처에서 픽업할 수 있는 배달에 대한 수락 여부 알림이 온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 기동성이 좋은 라이더에게는 이동 중에도 배달 목적지 인근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음식점 배차 알림이 온다. 여기서부터 시간 싸움이 벌어진다. 최대한 배차를 많이 받아 배달을 완료하는 횟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배달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고 배달 수요가 많은 날에는 라이더 기준 시간당 최대 4건, 하루에 40건 이상을 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칫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배달 노동자에게 지연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다음 배정 순서가 밀리는 등의 페널티도 주어져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좀 나아지는 추세지만, 과거에는 한꺼번에 많은 물품을 배달하기도 했다. 윤 씨는 “예전에는 한 번에 배달 음식을 5개씩 받아 한 곳씩 다니기도 했다. 그날 하루 200㎞ 이상을 주행했고 기름도 두 번이나 넣었다”고 말했다.
시간과 건수를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달리다 보면 사고도 잦다. 기자가 배달 도중 만난 라이더도 대부분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횡단보도로 지나가거나 좁은 골목에 세워진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윤 씨는 “큰 덤프트럭 아래 오토바이가 깔려 운전자도 크게 다친 사고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트라우마로 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하는 라이더가 많다”고 털어놨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공동기획 : 안전보건공단·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