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산업재해 Never Again <1> 배달노동자가 쓰러지는 이유

배달 늦으면 주문 배정 페널티…오늘도 목숨 건 곡예운전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1-08-23 21:46:24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본지 기자 도보 배달 체험해보니
- 인파에 휩쓸리고 위치 찾기 곤혹
- 고객은 작은 실수에도 눈치주기

- 라이더 배달 횟수따라 임금 격차
- ‘빨리빨리’ 압박에 위험운행 일쑤
- 동료 사고 목격 잦아 트라우마도

지난 6일 부산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낮 최고기온은 35.6도까지 올랐다. “아이고, 날씨가 이렇게 더워서 어떡합니까.” 오전 11시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 9번 출구에서 만난 라이더 윤영원(39) 씨도 기자를 만나자마자 걱정 섞인 인사를 건넸다. 이날 기자는 배달 노동자의 고충을 직접 체험하고 알리기 위해 도보 배달 체험에 나섰다. 배달 물량이 가장 많은 점심 시간대 서면이었다. 라이더유니온 소속 윤 씨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 6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일원에서 국제신문 배지열 기자가 라이더 배달 업무를 체험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아스팔트 열기에 시작부터 땀 범벅

기자의 첫 배달 주문은 서면 전포시장 내 ‘통영아구찜’이었다. 배달지는 송상현광장 옆 삼한골든뷰 상가 내 한 점포. 아귀찜을 배달용 배낭에 넣고 어깨에 멨다. 호기롭게 가게 밖을 나오자 아스팔트의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배달용 배낭을 메고 한 걸음 내딛자 등 전체가 땀으로 젖었다. 가게에서 배달지까지의 거리는 약 700m. 평소 같았으면 운동 삼아 걷기 좋은 거리였지만, 무더위 탓에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천천히 걸어갈 수도 없었다. 음식을 전달하는 ‘마감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앱으로 확인하자 도보로 13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15분 안에 배달을 마쳐야 했다. 충분하다 싶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한낮에 사람으로 붐비는 전포시장의 광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윤 씨가 시장 한가운데를 돌파하는 대신 인파를 피해 부전역 앞을 지나자고 했다. 둘러가더라도 그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배달 도착 시각을 약 3분 정도 남기고서야 가까스로 상가 건물에 도착했다.

늦지 않게 건물까지 도착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었다. 상가의 복잡한 구조 탓에 배달지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 자칫 배달이 늦지는 않을까 긴장했다. 정해진 배달 시간이 늦으면 고객이 항의전화를 하거나, 음식점 평가를 낮게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플랫폼 본사에서 앱을 통해 라이더에게 ‘지연 사유를 입력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윤 씨는 “대부분 손님이 큰 잘못이 아니라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다. 그래도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겨우 시간 내 배달을 마쳤다. 쉴 틈 없이 다음 배달을 잡았다. 서면1번가의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이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해 배달번호를 확인했는데 아직 음식이 준비되지 않았다. 이 시간이 배달 노동자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다. 지연 사유가 배달때문이 아니니 책임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실내에서 에어컨을 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객은 비대면 결제가 아닌 직접 만나 카드 결제를 선택했다. 오류 방지를 위해 카드 번호를 두 번 써야 하는데 기자가 버벅대자 고객의 쏘아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다음 주문은 전포카페거리 내 한 카페였는데, 주문 품목 중에 술이 포함돼 있다. 이 경우 미성년자에 전달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음식을 건네고 주문자의 신분증을 받아 촬영하는 데 몇 번 실패하며 시간이 걸려 ‘죄송합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윤 씨는 “‘꼭 신분증을 줘야 하느냐’고 진상을 부리는 경우도 많다. 몸이 힘든 것보다 이런 게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돈’ 배달 중 사고 비일비재

기자는 배달 체험에 나선 3시간 동안 총 4건, 2.7㎞를 도보로 이동했다. 총 배달료는 2만200원을 받았다. 건당 배달 소요 시간은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0~15분 사이로 주어진다. 거리에 따라 도보의 경우 이동 거리가 1㎞ 미만인 배달이 우선 배정된다. 원동기를 타는 라이더는 최대 1.5㎞ 이상 먼 거리의 배달도 가능하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도보 배달 노동자의 경우 배달 한 건이 끝나야 근처에서 픽업할 수 있는 배달에 대한 수락 여부 알림이 온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 기동성이 좋은 라이더에게는 이동 중에도 배달 목적지 인근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음식점 배차 알림이 온다. 여기서부터 시간 싸움이 벌어진다. 최대한 배차를 많이 받아 배달을 완료하는 횟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배달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고 배달 수요가 많은 날에는 라이더 기준 시간당 최대 4건, 하루에 40건 이상을 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칫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배달 노동자에게 지연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다음 배정 순서가 밀리는 등의 페널티도 주어져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좀 나아지는 추세지만, 과거에는 한꺼번에 많은 물품을 배달하기도 했다. 윤 씨는 “예전에는 한 번에 배달 음식을 5개씩 받아 한 곳씩 다니기도 했다. 그날 하루 200㎞ 이상을 주행했고 기름도 두 번이나 넣었다”고 말했다.

시간과 건수를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달리다 보면 사고도 잦다. 기자가 배달 도중 만난 라이더도 대부분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횡단보도로 지나가거나 좁은 골목에 세워진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윤 씨는 “큰 덤프트럭 아래 오토바이가 깔려 운전자도 크게 다친 사고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트라우마로 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하는 라이더가 많다”고 털어놨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공동기획 : 안전보건공단·국제신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5. 5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6. 6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7. 7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8. 8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9. 9[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10. 10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5. 5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6. 6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7. 7‘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8. 8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9. 9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0. 10[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3. 3“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4. 4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5. 5[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6. 6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7. 7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8. 8국민은행 해킹 정보유출 119명→2210명 확대(종합)
  9. 9국내 위성기술로 인니 해양환경 관리역량 키운다
  10. 10부산신보 ‘민생안심 협약보증’ 한 달 만에 1000억 돌파
  1. 1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2. 2“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3. 3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4. 4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5. 5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6. 6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7. 7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8. 8시민단체 ‘국제신문 지키기’ 연대 나섰다…부울경 넘어 수도권 언론도 조명
  9. 9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10. 10철새도래지 길냥이 급식소 분쟁, 항소심도 “추가 설치 불허 적법”(종합)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4. 4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5. 5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6. 6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7. 7‘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8. 8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9. 9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10. 10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