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매일 밤 마을버스 승객들이 창밖으로 세대 내부를 들여다보는 탓에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고령의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교통약자의 이동권 또한 보장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아파트 주민과 시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서구 동대신동 브라운스톤 하이포레 입주자 467명은 지난 3일 중구 1번 마을버스 운행 이후 심각한 사생활을 침해받고 있다며 시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아파트와 도로의 간격이 7, 8m 정도에 불과해 저층 세대의 경우 행인과 차량에서 세대 내부를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을버스가 지나면서 내뿜는 매연과 소음·진동 또한 일상생활을 힘들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마을버스의 소음도 자체 측정한 결과 주간 71.868dBA, 야간 69.8dBA로 주거지역 도로 소음 관리기준(주간 68dBA, 야간 58dBA)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주민 A 씨는 “마을버스가 운행되고부터는 집에서 마음대로 옷도 편하게 입을수 없고 집에서 쉬고 있다가 마을버스 승객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내가 무슨 우리 안에 있는 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처참한 기분이 든다. 주민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마을버스 노선이 바뀌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하소연했다.
버스노선 결정권을 쥐고 있는 부산시는 더욱 많은 주민의 교통편의 제공을 위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강조한다. 서구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 인근엔 610세대가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이 210명에 이를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서구 관계자는 “일부 민원인이 관할 주민센터에 노선 변경을 요청하자 설문조사 등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쳤다. 고지대다 보니 원주민과 인근 학생들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를 경유하는 중구 1번 마을버스는 총 6대로, 오전 6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17시간30분 동안 10분 간격으로 평일 하루에만 102차례를 운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 마을버스가 운행하기 시작한 작년 12월 31일 이후 승객이 증가세에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3월22일 아파트 주변 정류장에서 이용한 승객은 115명이었지만 지난 2일엔 150명으로 늘었다.
부산시 버스노선 관리팀 장경하 주무관은 “아파트 인근 원주민도 마을버스 소음과 매연 등의 피해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통 불편 때문에 노선 신설을 강하게 요청했다. 아파트 사생활 침해 관련해선 밤 10시 이후 운행 자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