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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인 이수현을 생각하다 /마루야마 코우헤이

  • 마루야마 코우헤이 주부산일본국총영사
  •  |   입력 : 2021-08-12 19:54:23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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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한일 관계에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연간 1000만 명을 웃돌던 한일 간 인적 교류도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외교 관계와 코로나 상황에서도 추모하고 기억하며 한일 양국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과 같은 한 사람이 있다. 2001년 일본 유학 중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희생된 의인 이수현 씨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다.

20주기를 맞은 해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를 기리는 추모행사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 5월 금정문화회관에서 이수현 씨의 20주기를 기념한 추모음악회와 이수현 씨의 가족과 오랜 친구들이 그와의 추억담을 들려주는 토크쇼가 열렸다. 이수현 씨를 기리는 사람들, 어려운 한일 관계 속에서도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진한 감동이 더했다. 토크쇼 이야기 속의 그는 멋내기를 좋아하고, 음악과 스포츠를 즐기는 정말 사랑스러운 한국 청년의 모습이었다. 사진 속에 나오는 그의 환한 미소는 말 그대로 햇살처럼 구김이 없었기에 눈물 짓던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날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과 (사)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가 주최한 평전 ‘이수현, 1월의 햇살’ 독후감 공모전 시상식도 함께 진행했다. 영남지역의 많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이수현 씨가 보여준 ‘인간애’와 그가 꿈꾸었던 한일 관계의 미래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마침 이 무렵 나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현재 도쿄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대학 후배가 보낸 것이다. 이수현 씨 보도를 보고 내가 부산에 있는 것을 알게 돼 연락한다고 했다. 주변 유학생들이 이수현 씨를 기리며 제정된 LSH아시아장학금을 신청하고, 이수현 씨와 그의 부친의 뜻을 잇고자 열심히 공부하는 사실을 나에게 꼭 알려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많은 어학원에서는 지금도 그를 잊지 않고 학생들에게 그의 얘기를 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일본과 관계된 일을 하면서 제 나름대로 한일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 이수현 씨가 일본 유학을 결심하고 허락을 받기 위해 부모에게 했던 말이다. 20년 동안 한일 양국에서 그의 꿈과 뜻을 잇고자 하는 젊은이들과 또 이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10년간 이어온 ‘아이모’(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모임)처럼 한일 간 청소년교류사업이 시작됐고, LSH장학회는 지금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온 무려 1000명이 넘는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한일 간 가교가 되고 싶다’던 그의 꿈은 수많은 가교를 통해 지금도 이어진다.

부산을 비롯해 영남지역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다양하게 교류해 왔다. 특히 규슈를 비롯한 서일본지역과 지방도시 간 교류가 활발하고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정치·외교 분야에서의 갈등은 상대국에 대한 국민의 정서마저 병들게 한다. 국민 사이에 ‘반일’이나 ‘혐한’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됐다. 감정적인 대립은 일본에도 한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은 서로 맞서 대립할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세계와 지역을 위해 기여할 필요가 있다.

부산에 오고 나서 “어려운 시기에 오셨네요” “때로 서로 으르렁대는 것은 이웃 나라끼리의 운명이지요”라는 위로의 말을 듣는 일이 적잖다. 이웃하는 관계의 어려움을 되새기며 아울러 영남지역민의 정에 감동하는 나날을 보낸다. 때로는 갈등이 있지만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 운명이라고 확신한다. 숭고한 인간애를 보여준 이수현 씨가 품었던 꿈을 생각하며 그의 행동을 떠올릴 때 나는 그것이 결코 뜬구름 잡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부산일본국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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