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와 폭염에 지친 노동자를 위해 생수 나눔을 펼친다. 작지만 큰 배려가 다른 곳까지 이어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도보라빌 아파트. 경비초소 앞에 작은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었다. 무료 생수라 적힌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자 생수 7개가 들어 있었다. 꽁꽁 언 얼음 팩까지 더해져 시원하게 목을 축이기에 충분했다. 아이스박스는 아파트 경비 초소 4곳에 모두 놓여 있다.
아파트 부녀회는 올 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경비원과 미화원, 택배 기사 등 아파트와 입주민을 위해 고생하는 모든 이들이 잠깐이나마 시원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입주민도 적극 동의해 이달 중순부터 생수 아이스박스가 등장했다.
투입한 예산 대비 만족도가 높다. 부녀회는 지난달 아파트에서 프리마켓을 연 후 판매자로부터 판매금 일부를 기부받았다. 지난해에는 프리마켓을 열어 같은 방식으로 모은 금액을 해운대구에 기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모인 금액이 적어 아파트를 위해 고생하는 노동자를 위해 기부금을 쓰기로 했다.
부녀회는 생수와 중고 거래를 통해 아이스박스 4개를 구입하는 데 5만 원을 썼다. 처음에는 구매해놓은 물로 계속 채워 넣었지만 지금은 입주민이 동참해 직접 생수를 구입해 관리실 앞으로 보내주면서 따로 물을 더 사지 않아도 될 정도다. 경비원은 얼음 팩을 얼려 아이스박스에 넣어 놓으며 모두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청소 업무를 맡은 A 씨는 “가까운 경비 초소를 찾아 편하게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어 요즘처럼 폭염인 날씨에 너무 좋다”며 “입주민들 마음 씀씀이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장지선 부녀회장은 “코로나19와 폭염으로 다들 힘든 시기에 입주민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탰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됐다”며 “내년에는 경비초소가 아닌 동 라인별로 아이스박스를 나누는 방법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