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사용한 뒤 복직한 직장인 일부가 ‘무직자’로 취급돼 대출길이 막히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휴직 기간 건강보험료 부과가 유예되면서 복직 직후에 소득 증빙이 어렵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장인의 근속이 불안정하다’는 편견에 은행이 내부 규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해 발생하는 사각지대다.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도휴직 전 소득을 소급 적용해주는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통상 1금융권 대출 제약이 따른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정부가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한 달여 만에 급히 돈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알아봤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재직하고 있는데도 최근 3개월 부과된 건강보험료가 없어, 소득 증빙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부산에 사는 30대 직장인 A 씨는 14일 이같이 토로했다.
A 씨는 부산의 한 기업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1년간 육아휴직을 냈다. 복직한 뒤 이사 문제로 2000만 원가량 돈이 필요했지만, 시중·온라인 은행은 물론 주거래 은행에서도 신용대출을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최근 3개월간의 건강보험 부과 실적이 없어 소득을 증빙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육아휴직자에게는 자녀 1명당 12개월간 육아휴직 급여가 지급된다.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80%, 이후 50%가 지급돼 소득이 완전히 끊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휴직 기간 건강보험 등 보험료는 유예 신청돼 부과되지 않는다. 문제는 은행 대출의 경우 급여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 등을 통해 최근 3~12개월치 소득을 증빙하는 만큼, A 씨의 경우 장기간 회사에 몸담았음에도 보험료가 부과된 기록이 없어 은행 규정상 ‘무직자’와 동일한 대출 조건이 적용된 점이다.
A 씨는 “은행 앱에서 대출이 어렵다고 확인돼 직접 지점을 방문했다. 육아휴직 및 재직 관련 증명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내규상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A 씨가 대출을 신청한 은행은 시중은행인 B·C 은행과 인터넷 은행 D 은행 등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노동청에 문의해봤지만 “육아휴직 기간 급여 지급 등을 담당할 뿐 휴직 이후 대출과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A 씨는 가족과 지인 등으로부터 어렵사리 돈을 빌려 이사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B 은행 측은 “휴직 전 2년치 소득 및 재직 사실을 증빙할 수 있다면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점이나 창구 직원의 판단에 따라 대출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 은행 관계자는 “복직 후에 받은 급여 등을 환산해 대출해줄 수 있는 내규가 존재한다”면서도 “창구 직원이 이 같은 규정을 잘 몰랐거나,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 출신의 한 재무상담사는 “육아휴직자는 복직하더라도 신분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게 은행업계의 인식”이라며 “휴직 기간, 또 복직 이후에도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대출 규정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복직자들 문의가 많지만 은행마다 규정이 다르고, 적용도 자의적이어서 도움을 주기 어렵다.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