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류제성의 페미니즘을 읽다<6>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를 넘어

  •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
  •  |   입력 : 2021-07-11 13:22:55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트랜스젠더 군인, 퀴어 퍼레이드, 차별금지법은 왜 안되나?

작년 1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해 군은 성기를 고의로 훼손했다며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전역 결정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라는 권고도,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는 권고도 모두 무시되었고 결국 변 전 하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왜 군은 트랜스젠더인 변 전 하사를 내쫓아야만 했을까요? 트랜스젠더는 군인이라는 직업을 택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지난 4월에 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운동기간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여야 후보 모두 인권 존중, 차별금지라는 원칙을 대놓고 부인하지는 못했지만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거나 좀 더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권의 발현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자유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명백한 폭력이나 불법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이상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증진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후보들이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 그토록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퀴어문화축제가 싫은 걸까요? 퀴어 퍼레이드에서의 성소수자 노출이나 애정표현이 불편하다고요? 그래서 “표현을 막거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보내버리고 싶다면, 사실 지금까지의 ‘편함’이라는 것이 다수의 ‘편함’을 위해 소수자의 권리나 실존을 희생한 결과가 아니었는지, 그런 사회는 과연 윤리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무슨 이유로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성소수자도 동등한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비성소수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지난 6월 성별, 국적, 인종, 학력, 성적 지향 등의 사유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찬성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 청원은 찬성 청원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찬성 10만 명을 채웠습니다. 최근 교육부가 뜬금없이 차별금지 사유로 ‘학력’을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하면서 학력 차별이 합리적 차별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보수기독교계 등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한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성애,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 무엇이기에 이를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것일까요? 정말로 그리스도교 교리상 동성애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일까요?

   
박한희 변호사
<북 위드 유 페미니즘을 읽다 제5회 방송>을 보시면 이에 대한 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5회 방송은 한국성소수자연구회가 지은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 성소수자 혐오를 넘어 인권의 확장으로>(이하 ‘무지개’)라는 책의 공저자 중 1인이자 비영리 전업공익인권변호사 단체인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의 박한희 변호사님과 함께했습니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는 최근 들어 보수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일각의 세력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의학적, 과학적, 신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현실에 대응해, 그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연구하고 전달하기 위해 결성된 연구자, 활동가들의 모임입니다.

이 모임에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이자 보건의료학자인 김승섭 교수,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인 김지혜 교수,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인 홍성수 교수 등 인간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교육학, 법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사회학, 신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무지개>는 2019년 12월에 출간된 책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용어의 의미부터 시작해 성별 이분법의 문제, 동성애와 HIV, 성소수자의 노동권·가족구성권,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청소년 성소수자, 퀴어 퍼레이드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와 관련한 거의 모든 쟁점을 최신 연구자료에 근거해 폭넓게 다루고 있는 종합 보고서와 같은 책입니다. 구체적 통계와 면담자료에 기초해 성소수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성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법제도적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고 비판하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규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해체해 인권의 지평과 민주주의를 확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의 표지
페미니즘은 성소수자와 함께 할 수 없는가 - 성별이분법, 불가능한 상상

그런데 성소수자와 페미니즘이 무슨 관계가 있어서 <북 위드 유>에서 <무지개>를 다루었을까요. 실제로 지정된 성별인 남성에서 여성으로 트랜지션을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숙명여대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학생들이 여성들을 위한 공간인 여대에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는 바람에 결국 입학을 포기한 사건이 있었고,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여성들의 시위에 남성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참여를 막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생물학적 여성’을 성정체성의 핵심으로 이해하며 성전환자를 포함한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존재들을 거부와 부정의 대상으로 삼는 ‘트랜스 혐오 페미니즘’도 엄연히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오직 생물학적 여성을 위한 이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몫을 가져야 한다는 이론, 즉 양성평등(남녀평등)에 관한 이론으로 생각한다면, 페미니즘 안에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다른 성의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우선 정말 성별은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되고,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성별은 고정불변하는 것일까요. <무지개>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성별이분법’은 ‘불가능한 상상’이라고 단언합니다. 우선 성별을 결정하는 단일하고 불변인 기준은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염색체, 생식기 등 생물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요소를, 의학적으로는 유전적이거나 염색체적인 성, 생식기관, 내부 생식기, 외부생식기, 호르몬, 2차 성징, 출생 시 지정된 성별, 사회적 양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별을 결정하고 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경가능합니다.

트랜스젠더는 ‘출생 시 성별과는 다른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트랜스젠더에는 자신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생각하는 트랜스젠더 여성/남성 외에도 무성, 중성, 양성 등 다양한 성별로 정체화하는 ‘논바이너리non-binary트랜스젠더’도 있습니다. 자신을 이분법이지 않은 성별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을‘ 젠더퀴어’genderqueer라고 하며 여기에는 흔히 ‘중성’으로 불리는 안드로진androgyne, 여성, 남성과 관계없는 새로운 성별 혹은 성별중립적인 정체성인 뉴트로이스neutrois, 두 가지 이상의 성별이 시간에 따라 비율을 달리하여 나타나는 정체성인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 부분적으로만 자신을 특정 성별로 인식하는 정체성을 말하는 데미젠더demigedner 등이 포함됩니다. 2016년 미국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전체 성인 중 자신을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는 사람은 약 0.6%인 1,400만명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이고, 네델란드, 덴마크, 독일, 캐나다, 네팔, 인도, 뉴질랜드,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제3의 성별로 법적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생물학적으로도 이분법에 맞지 않는 사람들인 인터섹스intersex도 있습니다. 염색체는 XX이나 안드로겐 호르몬이 주로 분비되는 경우, 정소/난소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 XXY, XX와 XY의 믹스 등의 염색체를 가진 경우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2000년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7%가 인터섹스로 추정됩니다. 유엔은 이를 활용해 성소수자가 붉은 머리(1~2%)만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결코 특이하고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수없이 많고 다양한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가 인간의 성은 남성과 여성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아마도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젠더 정체성은 그 자체로 정신질환이 아니고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이를 치료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불가능한 인권침해이자 폭력이라는 점, 그리고 동성애는 HIV 감염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의학적, 과학적으로 더 이상 반론의 여지없이 정리되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성소수자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모든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페미니즘은 양성평등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앞서 본 대로 인간이 양성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뿐더러 ‘정상적인 남성’이나 ‘바람직한 여성’의 범주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하며 모든 것이 성별화된 사회라 해도 우리가 실제로 남성과 여성으로 인식하는 ‘진짜’ 남성과 여성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할 때 여성이 닮고 싶어 하는 남성은 주류적 범주에 속하는 남성일 수밖에 없고, 그러한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에 여성이 들어가게 될 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남성의 반발과 갈등은 불가피합니다. 이처럼 ‘양성평등’ 담론은 여전히 성차별적인 현실을 은폐하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버림으로써 남성 중심 사회의 이익에 기여하기에 페미니즘은 양성평등과 동의어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정희진 외, 교양인)

페미니즘이 ‘생물학적 여성’, ‘진짜’ 여성만을 인정한다고 할 때 배제되는 것은 남성이나 트랜스젠더만이 아닙니다. 여성으로 지정되었고 스스로도 여성이라고 느끼며 사는 여성이라도 외모나 목소리가 ‘여성스럽지 않은’ 여성 역시 여성이 아니라고 의심받고 추방됩니다. 보호하고자 한 ‘여성’조차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페미니즘을 생물학적 여성을 위한 이론으로 환원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개념을 계속 변화시켜온 역사이고, ‘여성’에게 부가되어온 의미와 역할을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로 ‘여성’ 범주를 확대하고 재구성해온 역사”(생물학적 구분’이 연대의 토대? 페미니즘은 왜 ‘여성’의 범주를 묻는가, 김은실, 한겨레 2020. 4. 25.)인 페미니즘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고,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인권 운동 모두 성별이분법, 이성애 중심주의와 가부장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같은 지향을 가지고 만나게 된다는 점을 애써 무시하는 것입니다. 즉 젠더이분법을 해체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이 성소수자를 배제함으로써 젠더이분법을 더 고착화하는 역설이 생기는 것입니다.

신학적 정당화도 불가능 ? 신은 우리에게 성소수자의 모습으로 다가오시기에

그렇다면 성소수자 혐오를 신학적으로는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보수기독교계의 강경하고도 단호한 주장을 보면 신학적으로 성소수자를 용인할 방법은 없는 것 같고, 그들의 교리가 그렇다면 종교의 자유로서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지개>의 공저자로 제6장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성공할 수 없는 그들만의 마녀재판”을 집필한 자캐오 신부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그리스도교는 ‘보잘것없는 사람’, ‘작은 자’의 삶과 함께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진정 신을 마주하는 길이라고 가르쳐왔음에도 이에 반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그리스도교의 주장은 530년 전 마녀재판과 같은, “자신이 어떤 대상을 이해할 수 없다면 존재 자체를 ‘비정상적 범주’로 밀어넣고 난도질해버리는 무지와 폭력”(120쪽)에 불과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시대와 사회, 의식이 변할 때마다 모래성 같은 권위와 기득권이 도전받고 흔들렸고, 그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가장 약한 자에게 떠넘기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천주교회 주류와 보수 개신교회가 깊고 넓게 공유하는 지배논리는 ‘질문 없이 권위에 순응하는 인간상’이고, 이들에게 신의 이미지와 언어는 항상 ‘그리스도교 주류에 속한 백인화된 남성’입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공포와 불안을 선동하고 적극 활용해 온 것입니다.

그들은 성서가 동성애를 저주한다고 주장하지만 성서에 대한 문자적, 근본주의적 해석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은유적, 역사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문학적·상징적·신화적·역사적 맥락이라는 다양한 렌즈로 받아들여야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이란 공동체나 전수자들의 기억과 증언을 통해 과거 특정한 사건들이 재구성되어 전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으로써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 맹목적 순종이 아닌 계속되는 질문, 하나뿐인 권위가 아닌 다양하고 다층적인 권위, 단층적이고 일방적인 이해와 입장이 아닌 중층적이고 교차적인 이해와 입장 등을 통해서 해방된 또 다른 신의 이미지와 언어를 듣고 보며 만나게 됩니다.”(129쪽) 자캐오 신부는 신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와 질문으로 다가오시기에 ‘보잘것없’고 ‘몫 없는’ 소수자와 연대하고 이들이 존중받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보수기독교계는 진정으로 동성애를 혐오하거나 성소수자가 힘없고 만만한 약자여서 반동성애를 외치는 것일까요? 한채윤에 의하면, 그 반대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1990년대부터 착실히 쌓아 온 성과, 분명한 당사자성, 일정 정도 규모를 무시할 수 없고, 대중들이 쉽게 떠올릴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의 생생한 타자이면서 동시에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격렬하고도 끈질기게 저항할 것이 분명한 집단이기에 이 훌륭한 적을 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동성애는 ‘식어버린 인두’로, 한때 벌겋게 달아올라 낙인을 찍어내던 인두의 기억이 남아 낙인 효과는 작동할지 몰라도 그 지글지글한 열기를 만들어냈던 비인간적 타자화의 논리는 이미 힘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혐오의 정치는 어짜피 다른 혐오 대상을 찾아낼 것이기에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한채윤, 왜 한국 개신교는 ‘동성애 혐오’를 필요로 하는가? /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 교양인).

이로써 보수기독교계가 주장하는 동성애 혐오의 신학적 정당성이 통쾌히 반박됩니다. 설령 신학적으로 정당하다 한들, 그러한 교리가 개인의 신념을 벗어나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한 종교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심화되는 성소수자 수용 거부, 차별과 폭력

이처럼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할 아무런 의학적, 과학적, 신학적, 논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성소수자는 일터에서, 일상에서 숱한 차별과 혐오에 노출됩니다. 2017년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동성애자가 일반인과 동일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90%가 동의했고, ‘직장에서 동료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져 해고되면 타당하다’라는 문항에는 81%가 부동의했다고 합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성소수자 차별 반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이 49%로 처음으로 절반 이후로 떨어졌으나 2019년과 2020년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57%로 올라갔습니다. 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척하면서 실제로는 도덕성이나 취향의 문제로 우회하여 배척하는 태도”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성별 정체성 혼란을 가장 심각하게 경험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200명 가운데 엄마에게는 13.5%, 아빠에게는 4.5%, 담임교사에게는 7.5%, 담임 외 한 두명의 교사에게는 8.0%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성장기의 청소년들은 정체성 혼란에 따른 심각한 자기혐오, 수치감 등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할까 봐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입니다.

2014년의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임이 알려졌거나 그렇게 보인다는 이유로 응답자 200명 중 47.5%가 놀림을 받거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14.5%는 따돌림을 당했고, 4.5%는 신체적 폭력을 당했습니다. 응답자의 15%가 교사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고, 교사로부터 일상적 불이익 당했다는 청소년이 3.5%, 체벌을 받았다는 청소년이 2.5%였습니다. 2013년 조사에 참여한 18세 이하 성소수자 중 45.7%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고, 53.3%가 자해 시도를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2004년 12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실시된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동성애자 105명 중 70% 이상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45.7%가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조사결과 모두 청소년 성소수자가 얼마나 심각한 폭력과 차별, 자살 위험에 처해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안전지대가 없는 것입니다.

성소수자가 처해 있는 노동환경에서의 차별을 살펴봅니다. 성소수자는 우선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하거나 어렵습니다. 성소수자정체성이 겉으로 드러날 때, 법적 성별과 성별표현이 불일치하거나 중성적으로 보일 때 채용이 거부당합니다. 채용되더라도 이후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면 업무배치, 평가, 승진 교육 기회에서의 불이익, 해고나 권고사직, 계약갱신 거절, 임금 및 복지제도에서의 불이익 등 직장생활 전 영역 직간접적인 차별을 받고 정신적·언어적·신체적 폭력이나 괴롭힘에 노출되는데, 이는 특히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노동자의 경우에 더 심각합니다. 그래서 성소수자는 더더욱 자신의 정체를 숨기게 되고 그럼으로써 차별과 비가시회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성소수자는 미혼으로 분류되기에 그의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고 동성 파트는 유령이 됩니다. 게이노동자가 동성애자여서 입은 금전적 손실을 추산한 한 연구에 의하면 가족수당, 유족연금, 건강보험, 경조사 유급휴가, 복지수당 등 손실액만 1억 2103만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기숙사, 대출, 해외 연수, 돌봄휴가,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불가하고 무연고 지역 발령, 명절 휴일출근 우선 순위 배정, 업무배치 제외 등의 불이익을 입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성소수자는 미혼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기도 합니다. 여성에게는 기혼 상태가 노동력 손실을 의미하는데 반해, 남성에게 기혼 상태는 채용이나 승진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가부장적 사회에서 미혼 성소수자 남성은 어딘가 결여된 존재, 업무능력 의심받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성별이분법을 넘어,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성소수자 차별과 이로 인한 고용불안은 노동시장이 어느 영역보다도 성별이분법과 정상가족 이념에 기대어 구축되어 있는 데서 기인합니다. 같은 이유로 성소수자는 가족구성권도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인가족, 비혼 동거, 무자녀 부부, 입양가족 등 이미 가족의 형태와 이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상 주거, 고용, 건강, 의료, 사회안전, 사망, 질병, 재난 상황 등 전 분야에 이성애 결혼, 혈연 중심을 ‘벗어난’ 다양한 동반자관계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이성애 규범성은 퀴어에 대한 낙인뿐만 아니라 싱글맘,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무수한 타자를 문제적인 삶으로 내몹니다. 성소수자 운동이 지향하는 가족제도 급진화는 단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 법적 보호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 규범적 삶의 질서를 재배치하는 과정으로 가족 정상성을 통해 구성되어온 좋은 시민/나쁜 시민의 경계, 그리고 가족제도 안과 밖의 공고한 위계를 정치화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성소수자의 노동권이나 가족구성권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주류적 규범으로서의 이성애주의와 성별이분법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변화를 주장하지 않는 이상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 보장은 미완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성별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모든 차별, 소외, 혐오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고자 하는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공명하는 것입니다. 그 공명이 보다 큰 울림으로 퍼져 나갈 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몰아내고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가능할 것입니다.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4. 4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5. 5'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6. 6[속보] 트럼프 “UFC 회장에 백악관 대변인 제안, 광기 어린 좌파로부터 우리 지켜야”
  7. 7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8. 8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9. 9[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10. 10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1. 1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2. 2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3. 3장동혁 “중도확장, 말로하는 연대·통합으로 되는 것 아냐”
  4. 4서영교 “조작기소 특검법안 ‘대통령 이해충돌’ 논란은 헛소리”
  5. 5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6. 6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7. 7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8. 8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10. 10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1. 1'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2. 2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3. 3'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4. 4녹색전환 핵심 ‘전기화’, 기업10곳 중 3곳만…“인센티브 필요”
  5. 5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6. 6“평소 접하기가 힘들었던 전통주 맛보고 싶다면 꼭 들르세요”
  7. 7식품·외식 분야에서 ‘웰니스 소비’ 앞으로도 지속된다
  8. 8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9일 개막…"K-GX 전략 소개"
  9. 9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10. 10[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4. 4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5. 5[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6. 6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7. 7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8. 8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9. 9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10. 10세계적 위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대망의 우승은 독일의 김정환
  1. 1‘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2. 2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7. 7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8. 8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9. 9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10. 10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