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입지가 서울로 결정되면서 유치전에 나섰던 전국 30개 지자체는 허탈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은 유치 효과 외에도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기에 전국 지자체가 각축을 벌였다. 하지만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에서도 수도권 일극주의가 확인되면서 지방 홀대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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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해운대역 앞에 걸린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염원하는 현수막. 해운대구 제공 |
‘구청사 무상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던 부산 해운대구는 7일 입장문을 내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홍순헌 구청장은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구청사까지 내놓겠다고 한 해운대구와는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며 “일방적인 결정에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희 미술관 건립은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문화 분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방에 건립돼야 한다”며 “8일 항의 차원에서 문체부에 방문해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14일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선언하며 재송동으로 이전이 예정된 현재 해운대구청사를 무상으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 대부분이 유치 당위성을 강조했던 데 반해 해운대구는 유치 조건을 명확히 내걸면서 주목을 받았었다. 지난달 30일에는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이건희 미술관 해운대 유치TF단’을 구성하고 같은 날 지역 오피니언 리더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 해운대 유치위원회(유치위)’를 발족하는 등 구체적인 유치전에 돌입하기도 했다.
주민은 유치 희망 현수막을 관내 전역에 내거는 등 유치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나 이번에도 ‘서울 공화국’에 밀리며 실망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유치위 윤석환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도 아니고 또 서울이다. 국토균형발전 기조에 역행하고 지역의 염원을 완전히 무시한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치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새로 짜 더욱 강하게 유치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미술관이 해운대구에 유치된다면 명분과 실익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돼 왔다. 부산시립미술관과 고은사진미술관 등 많은 갤러리가 있고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등 문화 행사와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이건희 미술관까지 들어선다면 상당한 연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까지 더해져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도 남달랐다. 해운대구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구청 이전이 예정된 상태에서 구청사까지 내걸었을 때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생각했었다”며 “좋은 건 다 수도권에 주면서 무슨 낯짝으로 국토 균형 발전을 외치느냐”고 비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