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과·제빵 관심 많았던 남매
- 지역 명물 만들고 싶어 창업
- 20,30대 젊은 여성 취향 겨냥
- 귀여운 동물 콘셉트 디저트 제작
- 코로나로 온라인서만 판매 중
- 하루에 200상자 판매되기도
- “부산 넘어 전국구 제과점으로”
도쿄바나나는 일본 여행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선물이다. 바나나 모양의 빵인데, 도쿄의 여러 공항에 자리한 면세점·백화점 등 100여 곳에서 판매 중이다. 1991년 첫선을 보인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일본으로 여행 갔다면 공항에서 하나쯤은 선물로 사 와야 하는 빵’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판다나 해달 곰 등 다양한 동물을 활용한 귀여운 디자인이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에는 도쿄바나나처럼 그 지역을 상징하는 명물 디저트가 있다. 홍콩의 제니쿠키, 상하이의 토끼사탕 등도 그 지역을 여행한 이들이라면 꼭 구매하는 사실상의 필수품이다. 국제 관광도시를 자처하는 부산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부산역에서 어묵 선물 세트를 사는 건 MZ 세대의 취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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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보냇디’ 제조장에서 이 회사 류혜욱(왼쪽) 이사와 이성문 연제구청장이 ‘모꼬’ 케이크를 손에 들어보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명물 부재의 빈자리를 파고든 건 부산 연제구의 로컬 크리에이터 ‘보냇디’다. 지난해 1월 창업한 보냇디는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 디저트 선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30대의 취향을 정조준한 ‘로컬 빵’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판 도쿄바나나를 꿈꾸다
보냇디는 부산 사투리라는 로컬 콘텐츠 그 자체를 전면적으로 활용한다. 회사 이름인 보냇디는 ‘보냈다’의 경상 방언이다. ‘마음을 보냈다’와 ‘과자를 보냈다’라는 2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선물하는 이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대신 전하겠다는 함축적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들이 만드는 건 ‘토끼 빵’이다. 토끼의 이름이자 정식 상품명은 ‘모꼬’다. ‘먹고 또 먹고’와 ‘이게 머꼬?’ 하며 반갑게 놀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처음에는 토끼 대신 청설모를 디자인 모델로 삼으려 했다. 그런데 중국에선 청설모가 쥐로 취급돼 상품명으로 삼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현재 시판 중인 제품은 단호박·당근·초코 맛 3가지다. 제주 당근, 충남 서산 단호박 등 국내산 농산물이 주재료다. 한 상자당 6개입으로, 가격은 1만6000원이다.
주 타깃은 20, 30대 젊은 여성이다. 귀여운 동물을 디자인 콘셉트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다. 시선을 사로잡아 기억에 남기 쉽다는 점도 작용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모꼬 케이크를 구매한 젊은 여성들이 남긴 자발적 상품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토끼 모양의 케이크가 너무 귀여워 선물용으로 사기에 좋았다”는 반응이다.
판매는 카카오톡이나 자체 플랫폼 등 온라인에서만 이뤄진다. ‘전국구 부산 디저트’를 지향하며 온라인 판로 개척에 중점을 뒀다. 주문이 쏟아지는 날엔 하루에 200상자를 만들어 오전 내에 배송을 하기도 한다. 이런 날엔 새벽 4~5시부터 제빵장을 가동한다. 창업 초기에는 도쿄바나나처럼 김해공항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입점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코로나19와 시기적으로 겹쳐 현재는 보류 중이다. 보냇디 류혜욱(33) 이사는 “부산이 관광도시인데, 정작 사람들이 부산에 와서 사갈 게 없다. 어묵은 젊은 세대가 기념품으로 사가기엔 정서가 맞지 않는다”며 “부산에도 부산만의 색을 담은 선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꼬’가 어느 정도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한 만큼, 현재는 구전설화를 이용한 후속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 등 토끼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디저트에 스토리텔링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더욱 다양한 디자인과 매력 유발 요소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기여할 것”
보냇디는 가족 기업이다. 류재선(29) 대표와 류혜욱 이사는 남매지간이다. 8년간 냉면·돈가스 등 다양한 요식업 경험이 있는 동생이 제조를 담당하고, 누나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맡는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빵에 진심인 편이었다고 한다. 여느 남매처럼 늘 투덕거리면서도 함께 레시피를 보며 과자를 만드는 등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았다. 류 이사는 서울지역에서 대학을 나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했다. 디자인 경험이 쌓이면서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고, 어린 시절 빵을 만들며 즐거워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냇디를 창업하게 됐다.
류 이사는 “사회생활의 기반은 서울이었지만, 서울은 관광도시가 아니라 포인트가 없는 데다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라는 판단이 들었다. 관광 도시이자 고향인 부산에서 창업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 집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보냇디는 지난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한 ‘로컬 크리에이터 액셀러레이팅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제빵 설비를 들이는 데 큰돈이 들어 방안을 찾던 중 이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 지역의 색깔을 살려 창업에 나선 이들을 돕는다는 사업 취지가 보냇디의 방향과 일치했다.
보냇디의 슬로건 ‘gift with best wishes’다. 한국의 과자 브랜드로 성장해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다짐이 담겼다. 류 이사는 “부산과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제과점으로 발돋움해 우리 회사의 성장은 물론 부산의 이미지를 향상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