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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청년과, 나누다 3 <2> 발레리나 김주원

뮤지컬·연극까지 섭렵한 발레리나 “심장 뛰도록 도전하라”

  •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  |   입력 : 2021-07-04 19:54:4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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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나 꿈 안고 중2때 러시아행
- 이 악 물고 아침·야간 추가연습
- 스승 레오노바 만난 후 일취월장

-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과 인연
- ‘지젤’ 등 출연 수석 무용수 명성
- 부상 딛고 국내외 최고상들 수상
- 토슈즈 다시 신었을 때 가장 행복

- 새로운 춤 시도할 때 가슴 설레
- “실패해도 후회없도록 몰입해야”

발레리나 김주원(44).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와 한국발레협회 ‘프리마 발레리나상’ 수상. 2012년 국립발레단을 떠났어도 그의 커리어는 진화 중이다. 뮤지컬부터 연극·한국무용까지. 최근 뮤지컬 ‘팬텀’ 공연을 마친 김주원은 “미래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실패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일에 도전하라”고 말했다.

■러시아 유학 생활에서 얻은 인연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에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김주원 발레리나가 춤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오찬영 PD
부산이 고향인 김주원은 어렸을 적 예체능을 두루 섭렵했다. 육상은 물론 피아노와 성악도 배웠다. 하지만 경쟁은 김주원에게 맞지 않았다. 부모님이 딸에게 발레를 권한 이유였다. 발레는 잘 맞는 ‘토슈즈’ 같은 존재였다. “상대와의 경쟁이나 기록 측정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 자신과 겨루는’ 발레가 제게는 너무 편안했어요. 가장 재밌고 지겹지 않았고요.” 부산새싹발레단(현 부산유니온발레단)에서 2년간 기초를 다진 김주원은 선화예술중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발레리나의 길에 접어든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2년은 도약한 해였다. 한양대에서 열린 발레 워크숍에서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의 지도를 직접 받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 김주원을 눈 여겨 보던 러시아 선생님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볼쇼이에 가지 않을래?  너는 잘 배우면 좋은 발레리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1776년 창설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단을 갈 수 있다는 기대에 김주원은 자퇴서를 썼다. “ 러시아를 간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장난인 줄 알고 웃어넘겼어요. 소련(러시아)이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던 시기라 걱정도 많이 하셨죠. 하지만 저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부모님도 두 손 드셨습니다.”

유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김주원은 또래 러시아 아이들보다 기본기가 떨어졌고 체격도 작았다. 낯선 언어는 장벽이었다. 설레고 호기로운 도전의 결과는 발레단원의 ‘끝 자리’. 김주원은 이를 악물었다. 남보다 일찍 아침을 시작해 야간 추가연습까지 소화했다. 그 과정에서 스승 마리나 레오노바를 만났다. “처음에는 누구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어요. 가르침도 받을 수 없었죠. 그래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따라잡아야 했으니까. 어느 날 레오노바 선생님이 ‘네가 다음 작품의 주인공이야’라고 하셨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2의 엄마랍니다.”

■발레 최고의 영예를 끌어안다

   
사진 위쪽부터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유학 시절 김주원. 김주원과 러시아 유학 당시 스승 마리나 레오노바. 마그리트와 아르망 공연을 하고 있는 김주원. 뮤지컬 ‘팬텀’ 공연을 하고 있는 김주원.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주원은 6년 과정의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하고도 볼쇼이에 남지 못했다. 당시까지 귀화하지 않은 외국인을 정단원으로 임명한 케이스가 거의 없었기 때문.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 단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니 다시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발레를 포기할 생각에 귀국까지 했습니다.” 이때 또 한 명의 스승인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이 오디션 기회를 줬다. “귀국할 때는 ‘발레만이 내 길은 아닐거야’라고 체념했어요. 그때 최 단장이 새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운명인 듯해요.”

김주원은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1998년 ‘해적’으로 데뷔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맹훈련을 한 탓에 발등에 금이 갔기 때문. 의사는 “공연을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김주원은 마취 주사를 맞고 무대에 올랐다. “그 때 생각했어요. ‘연습이 모든 것은 아니구나,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컨디션 관리부터 잘 해야 하는구나’라고. 스스로 ‘나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아마추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순간입니다.”

김주원은 이후 ‘호두까기 인형’ ‘돈키호테’ ‘지젤’ ‘백조의 호수’에 출연하며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05년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발뒤꿈치 뼈와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이 그를 괴롭혔다. 퉁퉁 부은 발 때문에 토슈즈를 찢어 신기도 했다. 의사가 김주원의 발을 바늘로 찔러도 감각이 없었다. 9개월의 재활 기간에 김주원의 꿈은 ‘다시 토슈즈를 신는 것’으로 바뀌었다. “재활 마지막 날은 한숨도 못 잤어요. 토슈즈를 신어도 아플까봐 너무 떨렸거든요. 그런데 딱 맞는 거예요. 어떤 작품을 했을 때보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위기 뒤 기회가 찾아온다 했던가. 2006년 김주원은 ‘해적’으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았다. 1999년 강수진 이후 국내 발레리나 가운데 두 번째 수상이었다. “100% ‘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으로 수상해 더욱 뜻 깊었죠. 한국 발레의 수준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도 됐습니다. 데뷔 때 ‘해적’으로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감회가 더 새로웠어요.”

■모든 것을 쏟아부어라
클래식 레퍼토리를 대부분 경험한 김주원은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섰다. 2007년 한국무용에 이어 2008년 뮤지컬에 도전했다. “커리어가 길어지고 춤이 깊어질수록 다른 예술과의 협업을 하고 싶었어요. 발레가 아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시기’였습니다.”

2012년 국립발레단을 퇴단한 그는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탱고 발레’나 ‘사군자-생의 계절’을 통해 발레와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는 새 무대를 선보였다. 뮤지컬에도 자주 나섰다. 이런 도전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다칠 때마다 ‘이제 그만 하자. 그래, 이제 관둘 때야’라고 되뇌며 잠들었어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막 떠올라요. 저는 아직도 새로운 춤을 시도할 때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김주원은 청년들에게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라.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 “어떤 길이 성공의 길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즐기게 됩니다. 몰입도 가능합니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다 보면 기회는 찾아옵니다. 그렇게 하면 실패하더라도 인생의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어요.”

이동윤 기자 dy1234@kookje.co.kr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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