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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곡재활용센터 근로자 중화상, 책임 소재 따지기가 더 급했나 /배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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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부산 강서구 부산재활용센터(이하 센터)의 한 직원이 자신의 처우와 관련해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6면 보도)하면서 중화상을 입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다.

언론을 통해 ‘근로자 분신’ 기사가 속보로 나가자 사건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분신이냐, 방화냐’를 두고 엉뚱한 논란이 일었다. 센터 측이 제기한 ‘방화 주장’이었다. 근로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센터 측은 사고 원인부터 찾았다. “(언론에 보도된) 분신이 아니라 방화가 맞다”며 언론사에 항의했다. 사고를 당한 A 씨가 인화성 액체를 곳곳에 뿌리는 과정에서 합선이 발생해 불이 났다는 것이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우리 시설 안에서 집기류를 일부러 태웠는데 어떻게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분신인지, 방화에 의한 화재인지 정확한 원인은 경찰도 수사를 통해 밝혀 나가는 단계다. 불길이 번졌던 천막 내부는 CCTV 사각지대라 정확한 발화 원인은 미궁 속에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관련 자료 등을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A 씨가 몸에 스스로 불을 붙였는지, 사고로 불이 붙은 건지 정확하게 판단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책임 소재부터 분명히 하려는 센터 측의 처사에 비정함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사람이 먼저 아닌가.

A 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화상 전문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여러 차례 수술받아야 한다. A 씨 아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술비나 치료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센터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지난달 30일에야 뒤늦게 출입기자들에게 메일로 입장문을 냈다. ‘전 종사원이 진심으로 A 씨의 쾌유를 빌며, 불과 며칠 전까지 동료였던 분이 사경을 헤매는 상황에 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내용이었다. 화재의 원인을 방화라고 따지던 센터 관계자도 “당시에는 흥분한 상태여서 미처 사정을 챙겨보지 못했다”며 뒤늦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센터는 지난해 부산시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주민대책위가 맡은 이후 노조의 파업과 반대파 주민의 쓰레기 반입 저지 시위 등으로 시끄러웠다. 센터를 둘러싼 갈등과 법정 싸움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를 중재하고 해결해야 할 공공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1부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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