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구평동 조선소 화장실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돼 2명이 사망한 사고(국제신문 지난 28일 자 8면 보도)가 미궁에 빠졌다. 관계기관, 전문가가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명확한 사고 원인을 찾지 못했다.
사하경찰서와 부산환경공단, 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등 약 20명의 합동조사단은 28일 오전 구평동의 조선소에 모여 2일 전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우선 건물 내 화장실에서 외부 도로 아래로 연결된 하수관으로 오수와 가스가 잘 이동하는지 확인했다. 오수와 가스 배출이 막혔다면 이 과정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해 역류하면서 황화수소 가스가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도로 위 맨홀을 열고 화장실에서 색소가 섞인 물을 흘려보내도록 했다. 변기에서 흘려보낸 빨간색 물과 바닥 배수로를 타고 내려온 노란색 물이 하수관거로 합류해 배관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과 바로 연결된 상부 하수관은 내시경을 투입해 살폈는데 막혔거나 이상이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조사를 진행한 환경공단 관계자는 “물이 흐르지 못하고 갇히면서 거기서 나온 가스가 역류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하수관로 내 흐름이 적어서 오수와 가스가 이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조선소에 화장실은 주말이면 심한 악취가 났다는 근로자의 증언이 나왔다. 조선소 건물에는 변기가 3칸씩 있는 화장실이 1층과 2층에 설치돼있다. 업체 관계자는 “화장실은 청소하는 정도로만 관리한다. 직원 10명 남짓한 작은 회사에서 하수구 공사까지 하면서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외부 맨홀을 열고 측정한 황화수소 수치도 2PPM으로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사고 당시 화장실에서는 황화수소가 250PPM으로 측정돼 안전수치(15PPM)의 16배에 달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와 같은 상황에서 황화수소 수치를 다시 측정하기 위해 오는 주말 현장을 재방문할 계획이다. 주말에 특히 냄새가 많이 난다는 업체 근로자 진술도 함께 확인하는 차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사고 당시와 같은 상황을 설정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