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출신 피아니스트 박호경 씨
- 3평 남짓한 개인 작업실서 시작
- 독서모임·미니콘서트 열어가며
- 2019년 복합문화공간 정식 개소
- 청년·문화 결합 지역콘텐츠 제작
- 음악살롱 등 각종 프로그램 선봬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로 대표되는 부산 수영구는 그 덕분에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갖는다. 광안대교에서 펼쳐지는 부산불꽃축제에 더해 올해부터는 드론 라이트 쇼까지 열리게 되면서 양질의 콘텐츠와 인프라를 갖춘 문화 관광도시로서의 입지를 완벽히 했다.
| |  |
| 부산 수영구 라움 프라다 바코에서 청년들이 주민에게 음악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라움 프라다 바코 제공 |
이 같은 여건을 활용한 지역 청년 기업이 조용히 도약을 준비 중이다. 피아노 레슨과 독서 음악 모임, 공연과 대관 등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라움 프라다 바코’(라움)가 주인공이다. 공간을 뜻하는 독일어 라움(Raum)과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PRADA), 그리고 박호경(34) 대표의 별명인 바코를 합쳐 박 대표가 운영하는 명품 문화공간이라는 뜻이다. 이 기업은 피아노를 전공한 박 대표가 문화가 넘치는 수영구를 배경으로 청년과 문화를 결합한 지역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 3평 작업실서 탄생한 라움
| |  |
| 부산 수영구에 있는 청년 기업 라움 프라다 바코에서 박호경(왼쪽) 대표가 강성태 수영구청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수영구 제공 |
라움의 역사는 수영구 망미동 개인 작업실에서 시작됐다. 3평 남짓한 이곳에는 박 대표와 피아노 한 대뿐이었다. 부산예고를 졸업해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박 대표는 졸업 후 음악의 고장 독일로 떠났다. 음악이 시작된 곳에서 음악의 탄생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피아노 공연을 하고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하는 동안 마음속에선 라움의 뿌리가 자라고 있었다. ‘나의 재능과 지역민의 호흡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 이 생각은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의 라움을 이끌었다.
3평짜리 개인 작업실에서 시작한 라움은 공간의 한계에 갇히지 않았다. 문화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모여 독서 모임을 갖고 작업실 밖 골목까지 자리를 내 10여 명이 옹기종기 모인 초미니콘서트도 열었다. 지역 청년들과 청춘을 노래하고 고민을 공유하며 라움의 싹을 틔운 박 대표는 2019년 7월 정식 ‘라움 프라다바코’를 창립하며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바다와 청년의 느낌이 강한 수영구는 많은 이들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며 “음악이라는 큰 구심점을 중심으로 지역민과 공연을 만들고 교육도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콘텐츠, 그것이 라움의 힘이다”고 말했다.
■ 청년과 문화, 그리고 지역민
라움은 올해 대표 콘텐츠를 기획했다. ‘끼’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청년 7명을 모집해 청춘을 주제로 토론하고 거기서 도출된 결론을 각각의 예술 장르로 표현해 공연하는 것이 골자다. 총 7주 차 과정으로 지난달 1기 공연을 마쳤다.
1기에는 클래식과 첼로 테너 바리톤 노래 댄스 미술을 전공한 이들이 모였다. 성공을 주제로 다양한 생각이 오고 갔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당장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사줄 수 있는 딱 그 정도일지라도 성공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이들은 그리하여 ‘미(美)완성’이라는 공연 콘셉트를 정했다.
박 대표는 “미술하는 멤버는 무대와 의상을 디자인하고 음악가들은 노래를, 댄서는 안무를 맡아 아름다움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공연으로 표현했었다”며 “청년이 직면한 우리의 현실을 토론하고 각자의 재능으로 공연을 만들어봄으로써 자신들이 살아 있고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우체부 수영’이라는 프로그램도 지난해 12월 시작해 호평을 받았다. 이는 코로나19에 지친 수영구민을 위해 작은 선물을 드리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라디오처럼 사연을 모집해 선정된 주인공에게는 사연과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해 영상으로 찍어 선물해주는 식이다. 올해도 사연을 모집해 다음 달부터 영상 선물을 전송할 계획이다.
‘엣지 있는 음악살롱’은 살롱 분위기가 물씬 나는 라움 장소를 십분 활용해 개최하는 살롱콘서트다. 서로 와인을 마시고 클래식을 듣는 것으로 다음 달부터 시즌 4가 시작된다. 시즌 3까지는 클래식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뮤지션이 콘셉트다.
이 외에 지역 청소년들을 초대해 악기를 가르쳐주고 예술인이 하는 활동과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을 알려주는 교육 사업도 진행해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우수진로체험처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청년 예술가인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주도하면서 극복해가자는 생각을 했고 이런 고민과 모두의 재능이 여러 사업 콘텐츠로 발현됐다고 보면 된다”며 “그 결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재밌게 하면서 조금씩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 모두의 놀이터가 되는 그날까지
라움은 마지막으로 모두의 놀이터가 되길 원한다. 음악이라는 구심점을 바탕으로 주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세대별로 겪는 고민과 삶에 대한 태도를 함께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는 언제든지 만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2년이 넘는 시간에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경기도 분당에 2호점도 계획 중이다. 부산을 넘어 문화 수요가 많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도전을 해봄으로써 지역과 문화, 그리고 주민이 어우러지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박 대표는 “지금은 청년을 중심으로 우리의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나중엔 더 큰 접점을 찾아 모두의 문화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언제든 예술을 향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고민해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