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청계천’을 목표로 시작된 부산 동구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장기 지연(국제신문 지난 2월 16일 자 6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설계 변경의 필요성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미 보상비 등으로 2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한 상황에서 추가 예산도 확보하지 못해 담당 공무원이 설계 용역사에 사적으로 부탁해 재설계를 진행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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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중인 동구 초량천 생태하천. 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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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산시에 따르면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1단계(하나은행~초량육거리 316m)가 오는 28일 완료된다. 애초 이 사업은 2015년 시작해 2018년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사업비 부족 때문에 준공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사업을 2개 단계로 나눴고, 1단계를 먼저 마친 뒤 사업비가 추가 확보되는 대로 2단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2단계 구간(부산고~초량육거리 109m)의 설계를 대폭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다시 차질이 우려된다. 2단계 사업의 핵심은 초량 불백거리 앞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는 것인데, 지난 4월 동구가 “2단계 구간에 회전교차로를 설계하면 버스가 이곳을 통과할 만한 폭이 나오지 않는다”며 부산시에 재설계를 요청한 것이다.
이곳 일대는 시내버스 4개 노선이 겹친 교통 요지다. 평소에도 산복도로로 올라가는 버스와 인근 주택가로 향하는 버스가 몰려 정체가 심한 곳이다. 동구는 회전교차로가 들어서면 버스 등 대형차가 커브를 돌기가 매우 어려워질 거라고 본다. 게다가 초량천 주변에 범양레우스 센트럴베이(지난해 입주·856세대)나 e편한세상 부산항(2019년 입주·752세대) 등 신축 아파트도 들어서 교통량이 늘었다. 회전에 애를 먹는 버스와 그 뒤로 이어지는 차량으로 지금보다 더욱 극심한 차량 정체가 나타날 것으로 동구는 우려한다.
지금의 설계는 현행 설치 지침에도 어긋난다. 2단계 구간 회전교차로는 내접원 지름 30m, 중앙교통섬 지름 20m로 설계돼 있다. 이는 2010년 국토교통부 ‘회전교차로 설계지침’에 충족된다. 그러나 2014년 개정된 새 지침은 대형자동차가 시속 30㎞로 달릴 때를 기준으로 내접원 지름 최소 41m, 중앙교통섬 지름 최소 31m를 요구한다. 이 지침은 발표 이후의 설계가 대상이라 소급 적용은 불필요하지만, 현 설계대로라면 원활한 차량 흐름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는 동구의 의견에 따라 재설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 없다는 점이다. 시는 2단계 사업에 필요한 25억 원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 알고 지내는 설계 용역사에 개인적으로 부탁해 무상으로 재설계 방안을 마련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2단계 사업 구간을 포기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총사업비 370억 중 보상비로만 200억 원이 투입돼 건물 50채가 헐려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탓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여러 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확정안이 일부 정해지면 동구와 경찰청 등과 협의해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