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은 장난감으로 속여 수입
- 실탄은 미군 부대 근처서 모아
- 경찰, 권총 5정·소총 1정 압수

외국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실제 사용 가능한 총을 만들어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반인이 총을 불법 제조하다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총기 안전지대’였던 한국도 더는 총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강력범죄수사대 최해영 계장이 압수한 총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외국에서 총기부품을 위장 수입해 총을 제조·판매한 혐의(총포화약법 위반 등) 등으로 40대 A 씨를 구속하고 현역 군인 B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부사관인 B 씨는 현재 별도로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권총 5정, 소총 1정, 실탄 8발과 모의 총 등 138점의 총기류를 압수했다.

A 씨 등 4명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총기 사이트에서 산 총기 부품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해 권총 등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에 사는 C 씨는 총기 부품을 대리 구매하고, 이를 장난감이나 자동차 부품으로 속여 한국에 들여보내는 방식으로 A 씨 등의 범죄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탄피와 화약 등을 활용해 실탄 제작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계속 실패하자 철수한 미군 부대 인근에서 금속탐지기를 활용해 실탄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등은 수입한 화약으로 모형 탄을 만들어 사격 연습도 했고, 총열 등 총기 부품을 국내에서 제작하기 위해 정밀금속업체에 의뢰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호기심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전쟁이 날 경우를 대비해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총을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군인과 일반인이 총기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끝에 A 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총 성능을 실험한 결과 맥주 캔 4개가 찢어지고, 7㎜ 합판 7장을 관통할 정도로 강력했다. 실제 미국에서 판매하는 총과 동일한 성능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정도 위력을 가진 총이라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다분하다. 특히 범죄 조직에 흘러들어간다면 사안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범죄 조직이 아닌 일반인이 불법 총기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자들은 현역 군인, 웹툰 작가, 작곡가 등으로 범죄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최해영 계장은 “범죄 조직이 아닌 일반인이 총기를 제조·판매한 것은 국내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더는 총기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며 “관세청에 범행 수법 등 정보를 제공해 수입 통관 절차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