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통 등 악취 풍기고 바다엔 기름띠
- 별도 처리 필요한 ‘지정폐기물’ 대부분
- 소형 급유선 선원들이 무단 투기 추정
- 바다·땅 오염 우려에도 8개월째 방치
- BPA “조만간 수거 후 재발 방지할 것”
- 환경 조사 뒤 정화계획 필요 목소리도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소형선 부두인 물양장 일대가 기름 섞인 폐기물로 썩어가고 있다. 폐기물이 산을 이룰 정도로 오랜 기간 방치돼 인근 땅과 바다에 오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부산항만공사(BPA) 등 관계기관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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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부산 동구 부산항 제5물양장에 소형 급유선 선원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지정폐기물이 쌓여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27일 오후 2시 부산 동구 부산항 제4, 5 물양장 곳곳에 사람 허리 높이까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쓰레기 대부분은 기름에 찌들어 악취를 풍겼다. 다 쓴 기름통이 쓰레기 산 군데군데 함께 버려져 있었다. 인근 바다는 밝은 황갈색의 기름띠가 쓰레기와 뒤섞여 떠다녔다. BPA와 ㈔한국급유선선주협회 명의로 ‘무단 투기 금지’라고 써 붙인 표지판이 있었지만 허사였다.
부산항 제4, 5 물양장은 소형 급유선의 계류지로 사용된다. 현재도 300척 이상의 선박이 이곳에 배를 정박한다. 북항이 재개발되면서 다른 물양장은 모두 문을 닫아, 사실상 마지막 물양장으로 남아 있다. 이곳에 쌓인 폐기물 대부분은 급유선 선원이 내다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 외에는 달리 이곳을 드나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 생활폐기물이라면 미관·위생상 문제에 그친다. 그러나 이곳에 버려진 쓰레기 대부분은 폐유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 지정폐기물이다. 지정폐기물은 수집·운반·보관·처리의 계획과 결과를 반드시 환경부에 보고해야 하는 등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산처럼 쌓인 폐기물은 강풍이 불 때 바다 속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비가 내리면 폐기물 속 기름이 토양으로 흘러내려 오염을 유발할 개연성도 크다. 이곳 일대의 지정폐기물 방치는 오래전부터 발생한 고질적 문제다. 여기에 최근 북항재개발로 공사장이 여럿 늘어 일대 곳곳에 펜스가 설치되는 등 일종의 사각지대처럼 변모하면서 투기량이 급격히 늘었다.
물양장을 관리하는 기관은 BPA다. 환경단체 등에서 이곳에 방치된 지정폐기물이 토양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몇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이란 이유로 방치됐다. 물양장 일대 폐기물 등을 수거하는 건 BPA와 위탁 계약을 맺은 ㈔부산항시설관리센터인데 계약상 센터가 주기적으로 폐기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BPA가 요청할 때만 치우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물양장 일대 폐기물은 지난해 9월 이후 한 번도 전량 수거된 적이 없다.
국제신문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BPA는 폐기물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PA 관계자는 “이달 초 센터나 선주협회 등에 폐기물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방치된 게 사실”이라며 “토양과 해양이 오염될 우려가 있으니 빠르게 처리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폐기물이 수 개월씩 장기 방치된 탓에 이미 환경 오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비만 오면 땅 위에 기름이 고일 정도로 오랜 시간 폐기물 속 기름이 땅과 바다에 유입됐을 것”이라며 “정밀조사를 통해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정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