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지만 수도권 독식 현상이 시정되지 않고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4년, 균형발전 후퇴
국제신문 5월 10일 자 1·3면, 13일 자 4면을 보면 지난 4년간 수도권은 인구, 일자리, 생산활동 세 가지 측면 모두 커진 반면 지역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의 총인구는 2017년 5월 말 2564만461명에서 올해 4월 말 2600만4723명으로 36만4262명이 늘어났지만 비수도권 14개 시·도의 총인구는 2609만2125명에서 2569만7377명으로 39만4748명 줄어들었습니다. 이 기간 부산 울산 경남의 총인구도 802만9758명에서 782만490명으로 20만2268명 감소했습니다. 지역내총생산(GRDP)의 경우 수도권은 2017년 944조533억 원에서 2019년 1001조3845억 원으로 6.1% 증가했습니다. 비수도권은 896조2954억 원에서 922조5929억 원으로 2.9%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지난 13일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경기 용인과 판교는 물론 충북 청주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기로 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국제신문 5월 14일 자 1·3면 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도권 대기업은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산업에 5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파워반도체산업 육성에 관한 지원책은 빠졌습니다. 반도체산업에 있어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방 소멸 위기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한다면 소멸하는 지역이 머지않아 속출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향후 인구 감소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가 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를 보면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전국 3463곳의 읍·면·동을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수를 계산했습니다. 이 지수가 0.5 미만을 나타내는 곳을 ‘소멸위험지역’으로 정의했습니다. 소멸위험 읍·면·동은 2013년 1229곳(35.5%)에서 2018년에는 1503곳(43.4%)으로 5년 사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마 교수는 자신이 쓴 또 다른 책『지방도시 살생부』(개마고원)에서 “쇠락하는 도시를 위해서라도 지방에 거점 대도시들을 키워야 한다”(19쪽)고 주창합니다. 도시 공간구조를 압축적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마 교수는 ‘압축도시’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정부는 이들 대도시가 수도권에 꿀리지 않을 만큼 커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마 교수는 강조합니다.
마 교수의 설명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나눠주기식 지역개발이나 새로운 도시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기존 대도시의 공간구조를 더욱 압축화해서 집적의 이익을 더 누릴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몇몇 지방 대도시가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주변 중소도시와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지방 대도시 몇 개를 키우는 것’, 그리고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상생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것이 예산의 제약 아래에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이다.”
| |  |
|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지방도시 살생부
|
●메가시티…골고루 나눠 갖지 말자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려는 마 교수의 처방은 ‘모든 곳을 살릴 수 없으니 골고루 나눠 갖지 말자’는 현실적 고민이 담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메가시티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 울산 경남이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 생존하려면 뭉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수도권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도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작용과 반작용’처럼 말입니다. 국제신문 5월 8일 자 2면에 보도된 것처럼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과 특별지지체 구성을 위한 공동준비 조직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갑니다.
동남권 메가시티가 구축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요? 미국 이론물리학자이자 복잡계 과학의 대부로 평가받는 제프리 웨스트 샌타페이연구소 특훈교수가 쓴 『스케일(SCALE)』(김영사)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입니다.
| |  |
| 국제신문 5월 8일 자 2면 보도, 스케일
|
저자는 “스케일링(규모 변화)과 규모성, 즉 만물이 크기에 따라 변하는 양상 및 만물이 따르는 근본 법칙과 원리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30쪽)”라고 말합니다. 이 렌즈를 통해 보면 기업, 식물, 동물, 우리 몸, 심지어 종양도 조직되고 기능하는 방식이 놀라울 만치 유사하다고 합니다. 다른 동물보다 몸집이 2배 큰, 따라서 세포 수가 2배 더 많은 동물은 매일 추가로 소비해야 하는 먹이와 에너지양(기초대사율)은 100%가 아니라 75%에 그친다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몸집이 큰 동물이 작은 동물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뜻입니다. 저자는 “계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체계적으로 에너지가 절약되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도시의 스케일링에 대해 도시 크기가 2배 증가할 때마다 더 필요한 물질적 기반시설은 약 85% 증가(381쪽)한다고 주장합니다. 도시의 스케일링은 동물과 비교해 10%포인트가량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저자는 “인구 1000만 명의 도시는 인구 500만 명인 도시 두 곳에 비해 동일한 기반시설을 15% 덜 필요로 하며 따라서 쓰이는 물질과 에너지의 양이 상당히 절약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이 절감에 따라 배출량과 오염도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크기 증가에 따른 효율 증가는 평균적으로 도시가 더 클수록 환경친화적이고 1인당 탄소 발자국이 더 작다는, 직관에 반하지만 아주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합니다.
한 가지 더 유념해야 부분은 인구 크기에 따라 저선형으로 증감하는 기반시설과 정반대로 평균임금, 전문직 수, 특허 수, 범죄 건수 같은 사회경제적 양은 초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수확 체증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전 세계의 도시 체계들에서 1인당 기준으로 15% 규칙을 따른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위험성도 없지 않지만 메가시티가 가진 시너지 효과, 집적 효과, 규모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사점을 줍니다. 그동안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면서도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온 부울경이 수도권 일극체제 심화에 맞서 필사적인 생존전략으로 선택한 메가시티가 제대로 구축돼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를 응원해봅니다. 그러면 1(부산)+1(울산)+1(경남)=3이 아니라 더 크게 될 겁니다.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