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자원재활용센터의 운영권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최근 주민 갈등으로 쓰레기 차량이 재활용센터에 진입하지 못하는 등 운영에 차질을 빚은 만큼 주민 갈등이 이어질 경우 부산시가 다시 운영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강서구 생곡마을 생곡주민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는 지난 27일 주민 총회를 열어 현재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생곡폐기물처리시설대책위원회(이하 시설대책위)의 대표를 포함한 간부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했다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시설대책위는 총회에 주민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주대책위는 지난 19일부터 시설대책위의 재활용센터 운영권을 재논의해야 한다며 진입로를 막고 시위(국제신문 지난 22일 자 3면 보도)를 벌였다.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자 부산시가 ‘주민 총회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단체에 대해 시가 재활용센터의 운영권을 인정하겠다’고 중재하면서 시위는 일시적으로 멈췄다.

하지만 주민 총회는 전체 주민이 참석한 것이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주민만 참석하는 ‘반쪽 총회’가 됐다. 예정된 파국이다. 시가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임을 알면서도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으로 ‘과한’ 주민자치에 문제 해결을 맡기면서 책임을 피해 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운영권을 놓고 주민이 갈라선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재활용센터는 1994년 시가 생곡매립장을 설치하면서 주민 복지 차원에서 센터 부지와 건물, 운영권을 주민에게 이양했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수억 원의 수익금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고착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민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소송에 휘말려 대표 단체의 지위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주민 갈등으로 재활용센터가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코로나19로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재활용센터 운영이 차질을 빚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시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재활용센터의 운영권을 다시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8년에는 시가 운영권을 인수해 상황을 마무리한 선례가 있다. 재활용센터 조현덕 노조위원장은 “시민 불편함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시가 운영권을 가지고 사업과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간 갈등이 임계점을 넘겼음에도, 시는 여전히 주민자치를 해법으로 내세운다. 재활용센터 운영을 처음부터 주민이 맡아왔기 때문에 문제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활용 쓰레기 사업을 공공영역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도 시가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다.

시 이준승 환경정책실장은 “이번 총회 결과가 정당성과 효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겠다. 앞으로도 성의를 가지고 주민을 설득해 갈등을 중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