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등 4곳 용역 끝내 대조
- 지원금 6.9%만 수령 ‘초라’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6·10민주항쟁 등 민주화 운동의 주무대인 부산이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는 지원 체계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 최초로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도 여러 해가 지나도록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데다 부마항쟁 지원금은 1인당 월 5만 원에 그치는 등 허울뿐인 ‘민주화 성지’라는 지적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2017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주화운동 기념 및 정신 계승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 기본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조례는 부산시장이 지역의 민주화 운동 정신 계승을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기본계획을 근거로 5년 단위의 중·장기 사업을 설정해 ▷희생자 추모 ▷사료 정리 ▷학술·문화 등 체계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부산보다 1년 늦게 관련 조례를 만든 광주를 비롯해 서울과 전남(2019년), 경기(2020년)는 이미 기본계획을 수립했거나, 계획에 필요한 용역을 마쳤다. 이들 지자체의 사례를 보면 기본계획이 서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서울시는 ‘서울 민주화운동 스토리 라인’ 개발 등을 통해 시민이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사업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도 ‘광주형 민주화 교육’ 같은 교육 모델을 만들거나 ‘광주 민주주의 펀드’를 조성해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4개 지자체 모두 중위소득 100% 이하의 민주화 운동 관련자를 대상으로 월 10만 원의 생활지원금과 장제비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부산시의 의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시의 관련 부서에서 2019년과 지난해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예산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삭감됐다. 당시 용역 신청 예산은 각 2000만 원에 불과했다. 기본계획 수립 방안을 논의할 정신계승위원회도 2019년 2월에야 출범했다. 그마저도 지난해 9월을 끝으로 사실상 활동이 끝났다. 회의 자체도 연 1회에 그쳤다.
기본계획 수립이 늦은 만큼 향후 진행될 사업은 생색내기 대신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례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는 이번 달부터 부마항쟁 보상법과 시 부마항쟁 지원 조례에 따라 위로금을 받는다. 그러나 위로금의 규모가 1인당 5만 원으로 적은 데다, 이 지원금마저 전체 관련자 129명 중 9명(6.9%)밖에 받지 못한다. 시 관계자는 “새롭게 정신계승위원회를 꾸려 용역을 생략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