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기본계획 용역’ 예산 번번이 퇴짜
- 관련자 지원에 관한 조례는 발의 안해
- 일각 “市의 의지 없어진 것 같아 갑갑”
- 부마항쟁 관련 올해 예산 1800만 원
- 광주 1억9000만 원 10% 수준 그쳐
- 지급 대상 확대·위로금 현실화 필요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민주화 운동 기념 및 정신 계승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도 지금까지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아 조례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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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민주화 운동 정신 계승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기념사업과 사료 정리가 실효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 창고를 방불케하는 부산민주공원의 수장고에 관련 자료가 보관(사진 왼쪽)돼 있거나 동아대 승학캠퍼스의 빛바랜 6월 항쟁도가 담쟁이넝쿨에 가려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국제신문 DB |
■민주화 운동 계승 중장기 방안 절실
지역사회의 귀중한 유산인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이 없다보니 각종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현실성도 떨어진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민주화운동기념및정신계승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19년 2월 첫 회의를 가졌다. 위원회는 기본계획 수립이나 기념사업 및 재정지원 등의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두게 돼 있다. 그동안 회의에서는 부산 민주공원 부설 사료관 건립을 비롯해 ▷동아대 6월항쟁 벽화 복원 ▷민주화 운동 관련 상징물 설치 ▷민주화 운동 관련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등의 사업이 제안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는 것은 민주공원 부설 사료관뿐이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예산은 번번이 시 내부에서 삭감됐고, 민주화 운동 관련자 지원에 관한 조례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A 위원은 “민주화 운동 기념사업과 정신을 계승하자고 조례를 만들어 놓고 정작 이를 어떻게 실행해갈지에 대한 연구용역은 예산조차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위원회 운영이 애초 행정자치국에서 민생노동정책관으로 이관되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진 것인지 , 아니면 시의 의지가 없어진 것인지 갑갑하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정영배 사무처장은 “시가 진정 민주화 운동을 예우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기본계획 등을 수립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색내기 그친 부마항쟁 지원금
중장기 로드맵이 없다 보니 시에서 추진하는 민주화 운동 관련 사업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마항쟁 관련자에 대한 위로금 사업이 단적인 사례다.
시는 이번 달부터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부산시 부마민주항쟁 기념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부마항쟁 관련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금액은 1인당 월 5만 원이다. 대상자는 부산에 거주하는 관련자 중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인 가구로 제한된다.
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위로금 지급이 결정된 이는 9명에 불과하다.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부마항쟁 관련자는 129명 중 32명이 위로금을 신청, 전체 인원 대비 6.9%만 지원금을 받는 셈이다. 위로금 지급 신청을 했다 탈락한 B 씨는 “2인 가구의 올해 기준 중위소득 기준은 308만8079원인데 작은 아파트 하나만 갖고 있어도 기준에 맞지 않는다. 부득이 중위소득 기준을 잡은 것이라면 오히려 금액을 상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광주와 서울 등은 각각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민주화 운동 관련자에게 매월 10만 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위소득 100% 이하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광주는 65세 이상인 경우도 지급 대상에 포함했다.
시가 체계적인 조사, 분석 없이 제도를 시행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는 올해 위로금 예산으로 1800만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관련자로 인정받은 72명 중 절반 정도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추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예산 1800만 원 중 540만 원(5만 원×12개월×9명)만이 소진된다. 광주(1억9000만 원)와 서울(1억1400만 원)의 10%도 안 되는 금액을 편성해놓고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인원에게만 지급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계획했던 것보다 지급 대상자가 적지만, 최근 부마항쟁 당시 즉결심판을 받은 이들에 대한 자료가 새로 나타나면서 관련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그에 따라 지급 기준과 금액에 대한 부분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정 사무처장은 “광주는 중위소득 100% 기준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산과는 의지부터 다르다”며 “중위소득 기분을 완화하거나 지원 금액을 높이는 등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영 신심범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