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정책 확대로 市 재정 압박
- 국비 확보 안 되면 포기 악순환

- 부산외대 우암캠퍼스 장기방치
- 상권침체·균형발전 저해 부작용

- 민자 유치절차 간소화·인센티브
- 경제 활성화·고용 창출 극대화

부산시민은 100개가 넘은 대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이유로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의 소극행정을 꼽았다. 이로 인해 행정력의 낭비가 심각하게 발생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장기 표류 사업의 해법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가능한 사업을 우선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낙동강 횡단교로 건설되는 대저대교 조감도. 대저대교를 포함한 식만~사상 도로는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국제신문DB

■소극행정 일관…행정력 낭비만

국제신문과 부산시의회가 ㈜도시와공간연구소에 의뢰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응답자들은 장기 표류 사업의 이유로 시와 16개 구·군의 소극행정(46.6%)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정부의 국비 확보나 민간사업자와의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잦은 인사로 다음 담당자에게 일을 넘겨 버릴 수밖에 없는 한계도 한 요인이다.

소극행정의 가장 큰 원인은 시의 재정문제(11.7%)와 정부의 국비 지원 부족(10.8%)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면서 예산 대부분이 복지사업에 들어가면서 사업 예산이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지출로 정부의 국비 지원을 받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시민의 참여 부족과 사업성 부족도 각각 9.9%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지역 내 여건 반영 미흡(5.4%) ▷규제(5.2%) ▷기타(0.5%) 순으로 나타났다.

시민은 장기 표류 사업으로 행정력 낭비(24.5%)가 발생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실질적인 성과는 없지만 행정에서 배제하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응답도 높았다. 부산 전체가 쇠퇴한다는 응답은 21.1%, 사업지 대상 지역의 침체는 18.5%를 차지했다.

부산외국어대 우암동 캠퍼스 개발의 경우, 캠퍼스를 남산동으로 이전한 이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캠퍼스 인근 상권 침체라는 부작용에 노출돼 있다. 부산의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18.5%에 달했다.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돼 비슷한 사업 추진이 후순위로 밀리지만, 정작 추진이 이뤄지지 않아 균형개발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국비 지원 사업에 선택과 집중

장기 표류 사업의 해법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가능한 사업의 우선 추진과 공모 사업 추진이 22.8%로 가장 높은 응답을 얻었다. 시 재정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부터 추진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자는 의미다. 장기 표류 사업을 전담할 TF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22.3%에 달했다. 사업을 담당할 별도 조직을 꾸려 옥석을 가린 뒤 필수적인 사업부터 추진해다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절차 간소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민자유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18.9%를 차지했다.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점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효과(45.0%)가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재 유출 해소와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가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시의 미래 비전 부합성(18.9%)이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박형준 시장은 ▷삶의 질 도시 ▷경제적 선진 도시 ▷청년이 머무는 도시 ▷문화예술·건강체육 천국 도시 ▷복지품질·돌봄시스템 고도화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와공간연구소 여성준 박사는 25일 “부산의 비전으로 언급되는 분야를 육성해야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높은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