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중 이물질 배출 자체가 위법
- 업체 측 “구 권유로 먼지 씻은 것”

부산 영도구에서 레미콘 차가 일반 도로에서 대량의 물을 무단 방류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도로변형과 환경오염 우려가 높지만 황당하게도 이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지자체가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영도구의 한 도로에 레미콘 차량이 물을 방류하고 있다. 독자 제공

1일 국제신문이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인근 도로에서 한 레미콘 차량이 서행하며 대량의 물을 방류한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시민은 “갑자기 콘크리트를 섞는 기계에서 물이 쏟아져 깜짝 놀랐다. 시멘트 물이 차에 튀어 굳을까 봐 급히 피했다”고 말했다.

차량이 주행 중 이물질을 흘려보내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도로교통법에는 ‘운전자가 차량으로부터 도로에 물, 기름, 오물 등을 흘리면서 운행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만약 이 물이 콘크리트를 섞는 믹서트럭을 세척한 물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시멘트의 강한 부식성으로 도로 수명이 줄고, 인근 하수구로 들어가면 심각한 수질오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 신현석(토목공학과) 교수는 “레미콘 차량에서 배출되는 물 자체가 오염수다. 법적으로 레미콘 차의 이물질 배출은 작업 현장에서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신문 취재 결과 이는 영도구가 권유한 ‘미세먼지 물청소’로 드러났다. A업체 관계자는 “인근에 건설폐기물업체가 많아 레미콘 차량이 자주 드나든다. 구가 도로에 먼지가 많이 쌓이니 물청소를 하라고 권유해 한 번씩 레미콘 차를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관계자도 “구가 살수차를 동원하지만 한계가 있어서 인근 업체에 자발적 물청소를 권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단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부산녹색연합 이남근 대표는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긴 것도 모자라 불법 행위를 권유한 셈이 됐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적법하게 살수차를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