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출 1위, 부의장 운영 고깃집
- 상위권 모두 의원 관련된 식당
- 시민 “사실상 의원 소득 챙기기”

부산의 한 기초의회 의장단이 동료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거액의 업무추진비를 몰아 써 눈총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은데 선출직 공직자로서 동료의원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제신문이 제8대 기초의회 시작일인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해운대구의회 의장단(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3명)의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1430건에 2억3634만9850원을 사용했다. 결제 횟수가 가장 많은 곳은 A식당으로 54건에 894만6000원을 결제했다. 두 번째는 B갈빗집으로 38건에 1192만9500만 원이었으며, C족발집(32건, 686만6000원)이 뒤를 이었다.

금액으로는 B갈빗집이 단연 1위였다. 이명원 의장이 15건에 509만 원, 기획관광행정위원장(전반기 조영진 의원 11건, 후반기 김경호 의원 2건)이 13건에 381만6500원을 썼다. 전체 업무추진비 사용금액(2억3634만9850원)의 5.04%를 한 곳에 쓴 셈이다. 이곳은 해운대구의회 장성철 부의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장 부의장도 함께 식사를 한 날에는 다른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C족발집은 해운대구의회 김경호 기획관광행정위원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부의장(전반기 임말숙 의원 11건, 장성철 6건)이 총 17건에 315만1000원, 이 의장이 8건에 243만 원을 결제했다.

한 부산시의원은 “B갈빗집과 C족발집은 해운대구의회와 거리가 먼 데다 결제한 의원들은 해당 업소가 본인 지역구도 아니라 굳이 먼 곳까지 가서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로 자영업자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의원들끼리 상부상조하며 매출을 올려주는 꼴사나운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부의장은 “동료 의원이 운영하는 데다 고기가 싸고 맛있어 의원들이 부담을 덜 갖고 간담회를 했다”며 “같은 당 의원이라도 상임위가 달라 모르는 정보를 공유하고자 자리를 몇 번 마련했었다”고 해명했다. 의장단 중 한 구의원은 “장소가 넓고 같은 의원이 운영하는 곳이라 기왕 간담회를 한다면 해당 업소에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는 살펴서 가려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간담회라는 명분만 갖췄을 뿐 사실상 동료의원에게 소득을 따로 챙겨주는 것”이라며 “의원 신분 그 자체로 특혜를 받는 셈이라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부정 행위”라고 말했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의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으로, 개인 용도나 공적 활동과 무관한 동료의원 간 식사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