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국회 통과 땐 사건 손 떼야
- 엘시티 내사 부산경찰도 허탈
- “수사권 조정 왜 했나” 불만 토로
정치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검 합의에 이어 엘시티 사건까지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자 경찰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첫 대형 사건이었던 만큼 의욕적으로 수사 중인 경찰은 ‘또 특검이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17일 부산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야당에 엘시티 특검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앞서 제기한 LH 특검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수용한 지 하루 만에 다시 특검을 제안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적폐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LH 특검과 함께 엘시티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특검 주장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국가수사본부 출범 후 첫 대형 사건을 맡아 의욕적으로 수사하고 있는데 잇따라 특검을 한다니 힘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경찰은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LH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날도 국토교통부와 LH 본사 등 6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고, 지난 10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지시로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직원까지 파견된 770명의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린 터였다. 그러나 특검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찰은 수사 중이던 내용을 모두 검찰에 넘기고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
부산경찰도 표정 관리에 들어갔지만, 새어 나오는 불만을 다 감추지 못했다. 부산경찰청 간부 A 씨는 “경찰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유구무언”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경찰 B 씨는 “경찰이 봐주거나 수사를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사건을 특검으로 돌리는 건지 모르겠다. 경찰의 수사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가”며 “야당 원내대표는 경찰더러 ‘특검 때까지 증거인멸 막으라’는 주문을 했는데, 경찰 조직을 과연 어떻게 보는 것인지 화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경찰의 경우 올해 확대 출범한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1, 2계가 엘시티 사건과 부동산 투기 사건을 분담해 내사 중이었다. 선거철 정치 시비에 휘말릴 것을 대비해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출범 후 사실상 첫 사건이라 의욕을 보였다. 특히 부동산 사건과 관련해서는 전담팀까지 꾸리며 본격적인 수사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 선거를 앞두고 두 사건 모두 특검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허탈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C 씨는 “한참 의욕적으로 수사 중이던 사건에 정치권이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일선 경찰을 중심으로 허탈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 D 씨는 “국가 중대사는 다 검찰에 맡기면서 검경수사권 조정은 왜 한 것이고, 국수본은 왜 출범한 것인가”며 “한 번 맡겼으면 믿고 결과를 지켜봐야지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특검을 하는 건 경찰 조직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