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문서 피해자 명예회복 강조
- “예견했다” “법원이 책임 회피”
- 피해생존자 모임 반응 엇갈려
- 과거사정리위 동력 상실 우려
대법원이 형제복지원 원장이었던 고(故) 박인근 씨의 특수감금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의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피해자 및 이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법조인 등은 비록 기각 자체는 아쉽지만, 대법원이 형제복지원에서 인권 유린이 일어난 사실을 분명히 밝히며 피해 회복을 강조했다는 데 주목했다.
대법원 2부는 11일 특수감금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확정받은 박 씨의 비상상고 선고 기일에서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비상상고의 사유로 규정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 씨의 무죄를 정한 원심을 파기해 국가가 인권유린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형제복지원 사건이 헌법 최고의 가치인 인간 존엄성을 침해했다고 강조하며 비상상고 기각과 별개로 피해자 명예 회복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담당했고, 비상상고 공판에서 피해자들을 변론한 박준영 변호사는 “아쉽지만 대법원 판단을 법리적으로 지적하기 어렵다. 다만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기관 주도로 일어난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은 수동적이고 나약한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스스로 사건의 목격자이자 생존자로서 증언과 행동에 힘써왔다”며 “대법원 판결문을 통해 인정받은 ‘인간의 존엄성’은 이들 피해생존자 승리의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한종선 대표는 “쟁점 소지가 있었던 만큼 기각될 수 있다는 점도 일부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생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서는 “소송하고 말고는 개별 당사자의 의사에 달린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소송 여부에 대해 생존피해자 모임의 입장이 정해진 바 없다. 그에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법원 결정에 실망을 내비친 이들도 있다. 지난해 5월 단식투쟁을 통해 국회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했던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는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인권유린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비상상고 선고에서는 법리적 판단을 내렸을 뿐 원심의 내용적인 평가는 하지 않았다. 국가 책임을 언급한 경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한 회피”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어렵게 구성을 마쳤다. 대법원 기각 결정으로 위원회 동력이 줄어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