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업체에 속았다” 고소전
- 신축 상가 분양실적 20% 불과
- 상인들 분담금 수백억 원 물 판
50년이 넘게 부산 동래구 온천장 일대를 지켜온 온천시장을 현대화하는 재개발 사업이 조합장의 비리로 휘청거리고 있다. 사업이 위법하게 추진된 가운데 조합장은 뇌물수수 등 본인 비리를 인정하면서도, 이는 사업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들 탓이라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조합장을 믿고 사업을 맡긴 고령의 상인들은 상가 분양이 제대로 안 돼 막대한 분담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빠졌다.
3일 온천시장 상인들과 시장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합장 A 씨는 사업 과정에서 부적합한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오히려 본인이 이들 업체에 속았다고 주장하며 업체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1967년 문을 연 온천시장은 2000년대 들어 재개발 등 현대화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1년 조합이 설립됐다. 2023년 7월까지 2000억 원을 들여 34층(상가 1~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2개동(온천 더샵 헤리티지)을 짓는 사업이다. 상인번영회장을 맡던 A 씨가 자연스레 조합장이 됐다. 당시 50대였던 그는 10년 넘게 온천시장에서 장사했고, 상인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상인 200여 명은 “이번 사업도 번영회장이 잘해줄 거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조합의 일처리는 기대에 크게 어긋났다. 온천시장은 시장 전체가 명목상 사단법인 온천시장이라는 한 덩어리로 묶여 번영회장인 A 씨 앞으로 등기돼 있다. 번영회원 220명을 대표하는 번영회장이자, 유일한 조합원으로서 조합장 자리까지 꿰찬 그는 사업에 참여하는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수수했다.
상인과 조합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용역비를 과다하게 책정하고 사업을 부실하게 진행해 번영회 자산 160억 원을 탕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축될 상가의 분양 실적이 20%(금액 기준)에 불과해 수백억 원대의 분담금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 200세대 분양은 순조로웠지만 상가 분양 실적이 턱없이 낮다. 이대로 가면 상인들이 덕을 보기는커녕 빚더미 위에 앉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A 씨는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뇌물을 받고 용역업체의 용역비를 부풀려준 범죄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사업 과정에서 브로커와 사기꾼을 만나 일이 꼬였고, 이들이 조합 직원과 번영회원까지 돈으로 매수했다”며 “이들을 사기와 도시 및 주거환경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