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에 라이브러리(library)가 있다면, 유럽 대륙엔 비블리오텍(bibliotheque)이 있다. 전자가 나무 속껍질로 만든 책이라는 뜻의 라틴어 ‘liber’에서 왔다면, 후자는 나일강 유역에서 자라는 풀인 ‘papyrus’에서 왔다. 이집트로부터 파피루스를 들여오던 도시가 레바논의 비블로스다. 파피루스의 발음이 변해 비블로스(byblos)가 되고 유럽으로 건너가 종이인 페이퍼(paper)와 책인 바이블(bible)의 어원이 되었다. 라이브러리와 비블리오텍은 종이로 만든 책을 모아둔 곳이다. 뜻이 그냥 단순하다. 한국 중국 일본에선 도서관이다. 그 뜻이 그리 간단치 않다.
일본인들은 메이지유신 이전에 서적관(書籍館)이나 문고(文庫)라 했다. 그러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에 도서관(圖書館)이라 했다. 그림 화(畵)와 글월 문(文)을 써서 화문관(畵文館)이라 해도 될 텐데 왜 굳이 도서관이라 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바로 하도와 낙서다. 신화와 전설이 혼재된 3황시대 삼황의 한 존재인 태호복희는 약 5000년 전 황하 유역에서 살던 말의 등짝 모양에 하도(河圖)를 그렸다. 약 3000년 전 5제시대 마지막 순임금 때 9년 홍수로 인한 치수사업을 성공시켜 하나라를 세운 우임금은 황하의 지류인 낙하(洛河) 유역에서 살던 거북이 등껍질에 글과 함께 그려진 모양을 보고 낙서(洛書)를 남겼다. 하도의 도와 낙서의 서를 합쳐 도서라는 낱말이 나왔다.
하도는 양○ 홀수인 1 3 5 7 9와 음● 짝수인 2 4 6 8 10을 동서남북과 중앙에 배치하며 상생(相生)하는 하늘의 원리를 담았다. 낙서도 1 3 5 7 9와 2 4 6 8을 동서남북과 중앙, 네 모퉁이에 어느 줄에서나 합이 15가 되는 마방진(魔方陣)으로 배치하며 상극(相剋)하는 땅의 원리를 담았다.
하도에 있는 ○와 ● 갯수를 모두 세면 55개다. 낙서에는 10이 없기에 ○와 ● 갯수를 모두 세면 45개다. 하도의 55와 낙서 45를 더하면 100이다. 100(百)은 백(白)이기도 하다. 밝음을 뜻하며, 10(十)이 열(10) 개나 되니 온천지가 환하게 열(open)린 밝은 세상이다. 음양오행, 10간12지, 주역, 황제내경 등의 시원 시발 시작은 하도와 낙서에서 비롯되었다.
고대 동아시아인들의 철학과 사상이 하도낙서에 응축되어 있다. 그렇게나 심오하며 장구한 하도낙서가 담긴 곳이 도서관이다. 단지 책을 모아둔 라이브러리와 비블리오케가 따라올 수 없는 포스와 아우라가 있다. 그러니 우리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하도와 낙서에 100개 음양(●○)의 점들이 지닌 의미를 살필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무 짝에도 쓸모 영양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시대정신을 뛰어넘는 원천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저항할 수 없는 가장 도도한 철학이다. 알아 볼 만하다. 가벼운 점술(占術)보다 묵직한 명리(命理)의 이치다. 달통하면 도통(道通)한 도사가 된다는데…. 그럴 만하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