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부터 부산 동구 매축지마을 주민을 지켜주던 ‘수호 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을 주민은 현상금까지 걸며 종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당시를 기록한 CCTV 등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어 애간장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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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매축지마을서 영물로 여겨지던 종이 사라져 21일 주민들이 종의 행방을 찾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마을 전봇대에 종이 달려 있던 모습. 김성효 전문기자 |
동구와 이곳 주민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이 마을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던 종이 자취를 감췄다. 이 종은 오랜 시간 화재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던 ‘영물’이다. 이곳 사람들은 1954년 4월 3일 화마를 겪었다. 좌천동 일대에 불이 나 37명이 숨지고 140명이 다쳤다. 640여 가구가 불에 탔다. 이날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은 불이 나면 종을 울려 사고에 대비하고자 전봇대에 종을 달았다. 종이 설치된 이후부터 마을에는 큰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많은 관광객이 이 종을 울리러 마을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은 인근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이호덕(82) 할머니가 ‘종이 사라졌다’고 전하면서 뒤늦게 도난 사실을 알았다. 주변 CCTV를 봐도 정확한 경위를 알 길이 없었다. 강병욱 범일5동장은 “CCTV와 전봇대의 거리가 약 50m로 멀다. 화질도 좋지 않아 언제 누가 종을 훔쳤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동구는 지난 1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8월 낯선 사람이 ‘저 종은 팔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 남자가 찾아와 그 같이 물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종이 마을에 큰불이 나지 않도록 지켜준다고 믿고 있었는데,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하소연했다.
매축지마을은 태평양전쟁 때 일제가 군수물자를 싣고자 막사와 마구간을 세운 곳이다. 부산 근현대사가 담긴 공간이지만, 재개발이 예정돼 곧 사라진다. 주민이 현상금까지 걸어가며 종의 행방을 쫓는 이유다. 이곳에서 ‘통영칠기’를 운영하는 박영진 씨는 “혹시 종을 팔았을까 봐 금은방을 둘러보기도 했다. 돌려만 준다면 책임은 묻고 싶지 않다”며 “재개발로 마을이 사라지면 이 종이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상징으로 전시되길 바랐다. 많은 주민이 종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꼭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