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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축지마을 ‘수호신’ 전봇대 종 실종 사건

마을 지키던 영물 지난달 사라져…흔적 없어 현상금 걸고 수사 의뢰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1-02-21 22:06:33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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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부터 부산 동구 매축지마을 주민을 지켜주던 ‘수호 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을 주민은 현상금까지 걸며 종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당시를 기록한 CCTV 등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어 애간장을 태운다.
부산 동구 매축지마을서 영물로 여겨지던 종이 사라져 21일 주민들이 종의 행방을 찾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마을 전봇대에 종이 달려 있던 모습. 김성효 전문기자
동구와 이곳 주민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이 마을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던 종이 자취를 감췄다. 이 종은 오랜 시간 화재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던 ‘영물’이다. 이곳 사람들은 1954년 4월 3일 화마를 겪었다. 좌천동 일대에 불이 나 37명이 숨지고 140명이 다쳤다. 640여 가구가 불에 탔다. 이날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은 불이 나면 종을 울려 사고에 대비하고자 전봇대에 종을 달았다. 종이 설치된 이후부터 마을에는 큰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많은 관광객이 이 종을 울리러 마을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은 인근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이호덕(82) 할머니가 ‘종이 사라졌다’고 전하면서 뒤늦게 도난 사실을 알았다. 주변 CCTV를 봐도 정확한 경위를 알 길이 없었다. 강병욱 범일5동장은 “CCTV와 전봇대의 거리가 약 50m로 멀다. 화질도 좋지 않아 언제 누가 종을 훔쳤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동구는 지난 1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8월 낯선 사람이 ‘저 종은 팔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 남자가 찾아와 그 같이 물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종이 마을에 큰불이 나지 않도록 지켜준다고 믿고 있었는데,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하소연했다.

매축지마을은 태평양전쟁 때 일제가 군수물자를 싣고자 막사와 마구간을 세운 곳이다. 부산 근현대사가 담긴 공간이지만, 재개발이 예정돼 곧 사라진다. 주민이 현상금까지 걸어가며 종의 행방을 쫓는 이유다. 이곳에서 ‘통영칠기’를 운영하는 박영진 씨는 “혹시 종을 팔았을까 봐 금은방을 둘러보기도 했다. 돌려만 준다면 책임은 묻고 싶지 않다”며 “재개발로 마을이 사라지면 이 종이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상징으로 전시되길 바랐다. 많은 주민이 종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꼭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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