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에 수천만 원 빌려달라 요구”
- 인격모독 언사 등 정황도 확인
- 市 여성가족개발원, 징계 논의
폭력에 노출된 여성 피해자의 고충을 듣고 도움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에 여성 직원을 상대로 한 상급자의 갑질·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하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고용노동청과 상급 기관이 조사를 벌인 결과 비인격적인 언사를 넘어 센터장이 신분이 불안한 부하 직원을 상대로 돈을 꿔달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파악돼 파문이 일고 있다.
18일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과 부산시 여성가족개발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여성긴급전화1366부산센터(이하 1366센터)에서 일하는 상담 노동자들은 동부지청과 개발원에 각각 진정을 냈다. 금정구 노포동에 있는 1366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은 13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상담직원 9명은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데, 진정 2건 모두 상담직원 과반수가 뜻을 모아 작성했다.
이들이 낸 진정에는 센터장 A 씨와 사무국장 B 씨의 폭언 등 비인격적 언사에 대한 고발이 담겼다. 동부지청은 A 씨가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파악하고 개발원에 조사 및 조치를 권고했다. 피해 직원들에 따르면 A 씨는 고용이 불안한 상태인 신규·수습 직원 등을 상대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빌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 씨는 공모를 통해 임용된 센터장으로, 부산시에서 팀장을 지낸 전직 공무원이다.
진정의 사실관계를 파악한 동부지청 관계자는 “피해 직원들을 면담한 결과 실제 돈을 빌려달라는 내용의 대화 녹취 내용을 확인했다”며 “이외에도 상급자인 A, B 씨가 업무와 무관하게 인격을 깎아내리는 언사를 하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동부지청 권고를 받은 개발원 측은 A, B 씨를 피해 직원들과 분리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개발원은 이번 주중 조사 결과를 동부지청에 보고하고, 오는 24일 또는 2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의 인사 조치 및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개발원 측이 피해 직원들을 상대로 ‘이 일을 언론 등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개발원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섣불리 알렸다가 혹여 해당 직원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해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렵게 용기를 냈지만, 문제를 제기한 피해 직원들은 향후 업무적 불이익은 없을지 노심초사하는 처지다. 동부지청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인사·업무 등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