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정, 프런트서 “같이 술 마시자”
- 남자 직원이 말리자 욕하고 밀쳐
- CCTV 의식해 혼자 드러눕기도
- 경찰, 폭행 혐의 입건·직위해제

부산경찰청 소속 간부가 만취 상태로 호텔 직원에게 욕설 및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폭행을 행사하는 등 난동을 피우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특별감찰 기간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호텔 로비에서 직원을 밀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폭행)로 부산경찰청 A 경정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A 경정은 지난 9일 밤 10시40분 수영구의 한 호텔에서 만취 상태로 여직원에게 “같이 술 마시자”며 실랑이를 벌이고, 이를 말리던 남자 직원을 밀치며 욕설을 퍼붓는 등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신문 취재 결과 A 경정은 이날 밤 10시께 만취 상태로 호텔에 들어와 프론트에 있던 여직원에게 같이 술을 마시자고 하는 등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란 이 직원은 남자 직원에게 “술 취한 사람이 환불해주려고 하는데도 성희롱한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남자 직원을 상대로 A 경정은 본격적인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는 남자 직원이 엘리베이터로 유도하자 “너희 큰일 났다. 경찰 불러라”는 말과 함께 수 차례 욕설을 퍼부었다. 호텔 내부 CCTV에 찍힌 영상에는 A 경정이 남자 직원을 몇 차례 밀치는 장면과 함께 CCTV를 의식한 듯 혼자 풀썩 쓰러지는 장면도 포착됐다. 호텔 관계자는 “술에 취한 A 경정이 ‘치킨을 시켜도 되나? 내 방에서 같이 먹자, 좋은 걸 가르쳐주겠다’고 말해 ‘환불해 줄 테니 나가달라’고 대답했다”며 “A 경정은 이에 응하지 않고 술에 취해 욕설을 하며 폭행했다”고 말했다.

A 경정은 직원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후에도 실랑이를 벌이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이에 다음 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관할 지구대에서 남부경찰서로 인계됐으며, A 경정은 새벽 3시께 다시 이 호텔을 찾아 사과한 후 돌아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에 나타난 것을 토대로 폭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으며 성희롱성 발언 등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A 경정을 직위해제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부산 경찰은 최근 소속 경찰관이 잇따라 음주운전, 절도, 도박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이달 1일부터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경보를 발령하고 2주간 고강도 감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준영 신심범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