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80대 57명 거주 농촌 마을
- 동네 한쪽 황폐한 동산 해결위해
- 주민 뭉쳐 토지소유주 문중 설득
- 1년간 꽃밭 가꾸고 쉼터 만들어
- 매주 환경정화 나서며 마을 활기
- 황강 따라 해바라기 단지도 조성
- 대통령상 수상에 전국 벤치마킹
경남 합천군 쌍책면에 있는 내촌마을은 2017년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마을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은 명품 마을이다. 여느 농촌 마을과 다를 바 없는 고즈넉한 마을이지만, 마을 구석구석 주민의 땀과 애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내촌마을은 30년 넘게 방치된 동산을 주민 스스로 정비하고, 마을의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 마을 자치의 표준모델로 평가받는다. 대부분 70, 80대인 주민의 노력으로 마을 일대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변신했지만, 주민은 가장 큰 성과로 마을의 변신보다 주민 스스로 행복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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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합천군 쌍책면 내촌마을 전경.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작은 동산이 덤끝 꽃동산으로 바로 왼쪽에 황강이 흐른다. 합천군 제공 |
■황강에 맞닿은 덤끝마을의 변신
합천읍 소재지에서 17㎞ 떨어진 쌍책면 소재지의 내촌마을은 황강과 맞닿은 덤끝을 중심으로 150m 내 집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덤은 경남지역에서 바위를 일컫는 사투리로, 예로부터 내촌마을은 바위 끝 마을이라는 뜻의 ‘덤끝’마을로 불렸다.
마을 주민 대부분 70, 80대로 35가구 57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내촌마을의 명성은 2015년 여름날 덤끝에서 시작됐다. 내촌마을에는 마을 한쪽에 나지막한 동산인 덤끝이 있다. 덤끝은 옛날부터 마을의 쉼터 역할을 했지만,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주민이 줄면서 황폐해졌다. 여기에다 덤끝 토지 소유주인 문중은 묘지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치고 주민의 출입을 막았다. 이후 덤끝은 더는 고향의 옛 동산이 아니었다. 수풀이 우거져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쓰레기는 덤끝 곳곳에서 악취를 풍겼다. 수풀이 우거지면서 주민이 뱀에 물리거나 말벌에 쏘이는 사고도 잦았다. 마을의 상징적 쉼터였던 덤끝은 어느새 마을의 골칫거리가 됐다.
주민은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대부분 마을 공공사업이 행정관청 주도였던 것과는 달리 내촌마을은 주민 스스로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덤끝 토지 소유주인 문중의 토지 사용승낙이 관건이었다. 이장을 비롯한 주민은 문중을 찾아가 읍소하고, 외지에 사는 문중에는 편지를 보내 ‘덤끝 살리기’에 동참을 호소했다. 결국 주민의 열정에 감복한 문중은 덤끝 토지 사용을 승낙했다. 이어 주민은 청소에서부터 방역·제초작업, 꽃밭 가구기 등 1년의 노력 끝에 꽃과 평상 쉼터, 가로길 등으로 꾸며진‘ 덤끝 꽃동산’을 조성, 예전의 마을 동산 되찾기에 성공했다.
■자발적 환경정화, 전국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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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촌마을 주민이 마을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해바라기 단지. |
합천군과 쌍책면은 내촌마을의 사례를 작은 마을의 변화로만 삼기에는 아까웠다. 마침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행복마을 콘테스트’에 깨끗한 농촌 만들기 사업 부문이 신설됨에 따라 합천군은 내촌마을에 콘테스트 도전을 권유하게 된다.
우연히 시작된 마을 가꾸기로 전국 경쟁에 나선 마을주민은 도전 의지를 불태웠다. 합천군과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한국농어촌공사와 경상대 자문을 통해 체계적인 마을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 유명무실했던 마을 추진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주민 회의를 거쳐 ‘깨끗한 농촌 만들기 3대 핵심 과제와 30대 실천 과제’를 도출했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깨끗한 내촌마을 만들기 캠페인의 날’로 지정해 환경정화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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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끝 꽃동산을 가꾸다 휴식 중인 주민. |
한적했던 마을에 활기가 돌았다. 매주 두세 번씩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 곳곳의 폐비닐과 쓰레기 등을 치우고, 활동이 끝나면 마을회관에서 그날의 작업을 정리하고 다음 계획을 세웠다. 마을 청소에 적극적이었던 여성 주민에게는 ‘덤끝 깔끄미’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주민의 열정은 마을벽화 그리기, 담장 정비, 마을 입구 울타리 설치 등 마을 기반 시설물 확충으로 이어졌다.
마을 환경정비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여긴 주민은 한발 더 나아가 해바라기 단지 조성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을 활성화를 위해 덤끝 꽃동산과 마을 부지를 활용해 해바라기 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후 해바라기 단지 조성은 황강을 따라 쌍책면 일대 여러 마을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2017년 처음 열린 ‘덤끝 해바라기 축제’는 합천군과 지역 체육회가 참여하며 확대되면서 내촌마을을 출발해 관수마을, 박물관까지 약 4㎞에 조성된 해바라기 꽃길 걷기 행사로 발전했다. 해바라기로 만든 식용유도 마을 특산품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대통령상 수상 후 내촌마을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지자체의 방문이 줄을 이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방문객이 끊기다시피 해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주민은 언젠가 다시 마을을 찾을 방문객을 위해 약초와 꽃 심기, 1인 1화단 관리 등 마을 가꾸기에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이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