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여금 3500억 제안 사업자
- “과다 요구로 지연 땐 포기 가능”
- 시민단체는 소통부족 등 내세워
- 개발사업 전면 재검토 주장까지
- 부산도시건축위 재심위는 연기
부산에서 첫 사전협상제로 진행되고 있는 옛 한진 컨테이너야적장(CY) 부지 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공공 기여금 규모가 급증하고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의 주거를 규제하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일부 시민단체는 공공성이 미흡하다며 전면 재검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년 넘게 진행해 온 지역 첫 사전협상제 모델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선거로 도시건축공동위 연기
부산시는 26일 열릴 예정이던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다음 달로 잠정 연기했다고 밝혔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오는 4월 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날 심의를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애초 시는 이날 한진CY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열린 심의에서 재심의 결정을 받아 세 번째 심의를 앞두고 있었다. 앞선 심의에서는 사업 개발에 따라 학교 배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공공성 결여와 주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다. 부산참여연대 관계자는 “도시계획 변경에 따라 사업자만 막대한 수입을 올리게 된다. 시는 제도 시행에 앞서 준공업지역 관리에 대한 계획과 비전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미디앤씨는 공공 기여금이 애초보다 훨씬 높아지는 등 사업 취지에 맞게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8년 협상 초반만 해도 1100억 원에 그쳤던 공공 기여금은 최근 종후자산 감정평가액의 52.5%인 26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도로 개설, 학교 증축 등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 900억 원이 더해져 35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특히 법상 레지던스는 공동주택이 아니라 학교용지분담금을 부담해야 할 의무가 없지만 이 금액까지 책임지는 쪽으로 전향적 입장을 내놓았다.
삼미디앤씨 관계자는 “공공기여금은 사전협상 지침에 규정된 항목에 따라 계산되지만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더 추가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 사전협상제를 통한 사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 각종 규제에 추진 재검토
한진CY 부지 개발 사업은 2018년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구단위계획 사전협상제가 적용됐다. 민간사업자인 삼미디앤씨는 그해 6월 개발계획을 접수했다. 시와 삼미디앤씨 등은 2년 넘게 협상조정협의회(8회), 도시계획위원회 자문(3회), 시민토론회(2회) 등을 통해 지난해 7월 최종안에 합의했다. 센텀시티 등 주변에 비해 낙후된 재송·반여동의 발전과 센텀2지구 배후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준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꿔 주거와 관광, 상업 기능을 할 수 있는 레지던스 6개 동을 짓는 것이 골자다.
삼미디앤씨는 애초 아파트와 레지던스를 반씩 건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시와 시민단체, 주민 등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성이 높은 아파트 대신 상업 기능이 강화된 레지던스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지역 건설업계는 해운대 바닷가도 아닌 지역에 아파트가 아닌 2000세대가 넘는 레지던스의 분양이 성공하겠느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레지던스의 주거 기능을 규제하고 나서 분양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실제 삼미디앤씨 측은 레지던스 건립의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미디앤씨 관계자는 “예상 공공기여금 3500억 원에 추가 부담금이 생기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전협상이 계속 늦어진다면 사업 포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전협상제
민간사업자가 대규모 유휴부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용도 변경을 해주는 대신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공공기여금 명목으로 납부하는 제도. 난개발과 특혜를 막고 공공성 강화와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도입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