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분류식 하수관 추진 불구
- 사업 기간 길어 당장 해결 불가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죠. 시커먼 색깔의 물과 각종 쓰레기가 뒤섞여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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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부산 강서구 가락동 일대의 농업용수로에 하수관거가 설치되지 않아 배수로에 오·폐수와 각종 폐기물이 가득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부산 강서구 가락동에서 지난해 카페를 개업한 A 씨는 가게 뒤편 배수로를 확인해보고는 깜짝 놀랐다. 흐르지 않고 고여 검게 변한 물 위로 기름띠가 보였고 각종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비가 오고 난 뒤에는 가까이 다가가면 악취도 났다. A 씨는 “비가 오면 물이 흐르면서 잠깐 색깔이 맑아졌다가 곧 다시 탁해지면서 악취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배수로는 가락동 행정복지센터 뒤편 체육공원과 맞닿은 서낙동강으로 연결된다. 이곳 산책로에서도 검은 기름 막이 덮인 물과 진흙으로 꽉 찬 배수로가 눈에 띈다. 주민 이경철(62·강서구 가락동) 씨는 “산책하면서 이 모습을 자주 보는데 솔직히 ‘낙동강이 이걸 다 정화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24일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서낙동강부터 용동마을과 식만마을까지 이어진 배수로 중 6㎞ 구간에서 검게 변한 물이 고여 얼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의 배수로는 과거 논에서 서낙동강까지 연결된 농업용수용 배수로다. 하지만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일대 그린벨트(GB)가 해제되면서 인근에 생활 시설 및 공장이 들어섰다. 해제 당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폐수 처리 등 환경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 배수로를 따라 카페, 식당 및 각종 제조업체가 지은 창고형 공장들이 즐비하다. 별다른 정화시설 없이 곧바로 배수로에 생활용수가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현장을 확인했다. 배수로와 주변 환경 오염 사실을 확인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구 관계자는 “수로 아랫부분에 쌓인 폐기물이 썩으면서 수질이 악화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화학약품도 오염을 더 하는 셈이라 쓰지 못한다. 오수관로가 정비되지 않은 일부 건물에서 유입된 생활용수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해결책으로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류식 하수관거는 오수(가정하수)와 우수(빗물)가 서로 섞이지 않고 별개의 관로를 통해 배출하도록 분리된 형태다. 부산시는 생활 오·폐수를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유입해 하천·연안 수질을 개선하도록 총사업비 3조2433억 원을 들여 분류식 하수관로 신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체 사업 기간이 2035년까지로 잡혀 있고, 그마저도 서부산권은 산업단지가 몰린 녹산·화전산단의 공사가 우선 예정돼 상류의 생활용수 유출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남근 부산녹색연합 대표는 “개발에 따른 피해를 예상했을 텐데 최소한의 조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즉각 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