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0표 모아준다며 금품 요구”
- 예체능단체 임원 사기혐의 고발
- 실제 돈이 오고 갔는지는 함구
- 피고발인 “그런 사실 없다” 반박
지난해 4월 열린 부산 중구청장 재선거 당시 표를 모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선거 브로커 조직’이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역사회에 큰 파장이 인다.
신창요양병원 A 실장은 지난 4일 중구의 한 예체능 단체 임원 B 씨를 사기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A 실장은 지난해 4월 열린 중구청장 재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혁란 후보의 비서다. A 실장은 이곳 원장인 권 후보가 캠프를 꾸렸을 때 물심양면으로 선거를 도왔다.
지역 정계의 말을 종합하면 A 실장과 B 씨는 지난해 선거가 한창이던 무렵부터 수시로 만났다. B 씨는 A 실장에게 “권 후보에게 8000표를 모아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고 한다.
A 실장은 구체적인 금품의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매표 행위를 논의한 사실이 있었던 건 맞다고 인정한다. 지역에서는 당시 거론된 액수가 3억 원 안팎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A 실장은 B 씨를 필두로 한 소위 ‘선거 브로커 조직’과 여러 차례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뒤늦게 고발에 나선 배경에 대해 “B 씨는 ‘조직’을 만들어 움직이는 사람이다. 지역 내 정치 브로커 조직을 척결해야 다음 출마자 등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품을 줬는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으나, A 실장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차량이 될 수도 있다. 조사를 받고 자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선거 당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경선에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결과는 8000표에 못 미치는 2931표(12.06%)에 그쳤지만, 무소속 치고는 선전해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B 씨는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품을 받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B 씨는 “A 실장과는 몇 번 만나서 선거와 관계되는 일로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다. 내가 C 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보니 권 후보 쪽에서 선거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먼저 물어보며 도움을 달라고 했다”고 항변했다. 금품 등은 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금품을 전달한 선거 캠프 인사가 대가를 챙겨받은 ‘브로커’를 사기로 고발한 ‘이상한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지역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지역의 한 정계인사는 “금품 제공 등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로 이미 시효가 지났다. 자신들이 법령 위반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상황이란 걸 계산했거나, 일이 커지기 전에 실무자 선에서 무마하려 한 걸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중구청 전경. 국제신문 DB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