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위진단서 등 특수사례만 취소

- 국회서 처벌 관련 개정안 발의
- 의료 과실책임 범위 논란 커져

병원을 찾은 30대 여성 환자에게 약물을 잘못 처방해 호흡곤란과 전신마비 등을 일으킨 의사가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현행 의료법상 이 의사는 면허를 유지하며 진료를 계속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과실에 대한 면책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법 형사6단독 문흥만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40) 씨에게 금고 10월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신경외과 전문의인 A 씨는 지난 7월 24일 부산 동래구의 한 병원에서 대진 근무 중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30대 여성 B 씨에게 염좌, 근육통 진단을 내리고 진통제와 근육이완제 등 주사제를 처방했다. A 씨는 ‘에스메론주’ 50㎎/5㎖를 처방하며 간호사가 B 씨에게 정맥주사로 투약하게 했다. 이 처방으로 B 씨는 호흡곤란과 기도 등 전신마비 증상의 상해를 입었다.

에스메론주는 보통 수술환자 전신마취나 중환자실 기관삽관 등의 보조제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숙련된 임상 의사의 감독 아래, 환자가 처한 처지에 따라 개별화된 용량이 투약돼야 한다. 특히 기도 근육의 마비를 유도하는 이 약물의 특성 때문에 호흡기적 보조가 필요하다. 재판부는 A 씨가 약물의 효능 용법 용량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단순한 근육이완제로만 생각해 B 씨에게 투약해 상해를 입혔다고 판시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A 씨의 의사 면허는 유지된다.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허위진단서 작성과 진료비 부당 청구, 면허 대여 등 특수한 상황에만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처럼 과실이 크더라도 면허는 유지되는 것이다. 2018년 서울에서는 환자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산부인과 의사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1심에서 징역 6월의 집행유예 형을 받고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았다. 의사가 형사 소추되면 판결 때까지 면허가 정지되는 독일 등과는 차이가 크다.

21대 국회에서는 시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의료사고라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거나, 행정처분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형사 처벌 외에 면허까지 제한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부산시의사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크다”면서도 “다만 의사가 의료과실로 죄를 지을 경우 면허까지 제한하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진료는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가 시민에게까지 미칠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