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택시는 부산 해운대 번화가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갔다. 일촉즉발의 순간, 근처를 순찰하던 경찰관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맨몸으로 택시를 막아 세웠다.

	도로를 향해 미끄러지는 택시를 맨 몸으로 세운 이원빈 경사와 김창환 순경(오른쪽). 택시 블랙박스 화면

28일 오후 2시50분 해운대구 좌동 부산은행 앞 노상. 부산경찰청 1기동대 소속 이원빈 경사와 김창환 순경은 연말 특별방범 지원 근무에 나섰다. 그런데 두 경찰관의 눈에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택시가 포착됐다. 택시는 비상등을 깜빡이며 서서히 두 사람이 있는 도로 방향으로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운전석을 확인한 이 경사는 당황했다. 전진하는 택시의 운전석은 비어 있었고,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계속 전진하면 택시는 횡단보도를 지나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 진입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교차로 너머엔 초등학교가 있었다.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날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택시 문을 두드려봤지만, 차 안에 사람은 없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몸으로 막아 세우려했지만, 택시는 속절없이 앞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결국 운전석 쪽 문을 향해 몸을 날린 이 경사가 가까스로 운전석에 탑승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택시는 횡단보도를 불과 5ｍ 남겨두고 멈췄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가 기어를 ‘주행’ 모드에 둔 채 자리를 비운 사이 택시는 20ｍ 넘는 거리를 미끄러져 내려 온 것으로 파악됐다. 두 경찰관은 “택시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차를 멈출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