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과 다툰 뒤 극단 선택 이웃
- 연락 안 닿자 집 찾아가 구해내
- 일자리 잃은 중년 끼니까지 챙겨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에 사는 노인 A씨는 요양병원 입원 문제를 놓고 자녀와 갈등을 빚어왔다. 다툼에 지친 A 노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집안에서 홀로 죽어가던 A 노인을 병원으로 옮긴 건 ‘대안가족’이었다. 대안가족 구성원 이모 씨는 매일같이 동네 마실을 다니던 A 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직접 그의 집을 찾아갔다. A 씨는 수면제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곧바로 119에 신고한 이 씨 덕분에 A 씨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안가족이 ‘식구’를 살린 날이었다.

지난 6월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대안가족허브센터에서 대안가족 전력질주협동조합이 정기모임을 가지고 있다. 복지법인 우리마을 제공

지난 3일 발생한 ‘서울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취약계층이 처한 복지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는 주변의 관심에서 비롯되는 세밀한 복지를 난관에 빠트리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다시금 ‘대안가족’이 주목받는다. 대안가족은 혈연에 따른 전통적 가족 관계 대신 이웃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결합한 ‘사회적 가족’을 뜻한다.

복지법인 ‘우리마을’은 28일 부산진구 개금3동 ‘고령자 대안가족 자활공동체 사업’의 올 한해 성과를 발표했다. 우리마을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대안가족 형성 지원 등 4대 분야 16개 세부사업을 근거로 총 188건의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부산진구 개금3동 8·10통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과 소규모 자활공동체를 구성해 진행한 전국 최초의 대안가족 사업이다. 국제신문이 2017년 6월부터 4개월간 17회에 걸쳐 보도한 기획 시리즈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를 계기로 2018년 4월 시의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개금3동 대안가족은 소규모 자활공동체를 중심으로 고독사 방지와 경제적 기반의 마련을 목표로 한다. 주요 사업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 및 1인 고립가구 발굴 ▷자활공동체(경제적자립) 활성화 ▷소규모 가족 인큐베이팅 등 ‘사람과 맞닿은 삶’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반찬을 만들어 마을 이웃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거나 기업·단체에 판매하는 ‘전력질주협동조합’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현재 대안가족으로 정식 등록된 구성원은 모두 49명이다.

대안가족의 진가는 ‘홀로 고립되지 않은 삶’을 지향하며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이웃을 돌보는 데 있다. A 씨의 사례 외에도 대안가족은 직장에서 강제 퇴사당해 술로 매일을 보내며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한 중년 남성에게 쌀과 반찬,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냈다. 또 기초생활보장대상자 등록을 돕는 등 몸의 불편함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립되기 쉬운 이웃을 한 명의 가족으로서 보살폈다. 이 같은 돌봄을 통해 고독사를 막는 한편, 생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가족의 정’을 나눈다.

우리마을 김일범 팀장은 “도시재생 등 지역주민을 위해 벌어질 여러 사업들도 대안가족처럼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지역사회의 주민 스스로가 돌봄과 안부의 기능을 하며 여러 비공식적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형태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