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부산 거주 예비신부와 살기 위해
- 2016년 웃돈 주고 분양권 6억에 매입
- 4억 넘는 대출금 매월 200만 원 갚아와
- "집값 절반만 건져… 전세 구하기도 막막"
- 시행사 측, 이달 중 최종 취소 여부 결정
“신혼집으로 어렵게 장만해 부산까지 이사 왔는데 이번 일로 아내는 유산까지 하고 한순간 모든 게 물거품 됐습니다. 죄는 부정 당첨된 자가 짓고 그 피해는 왜 선량한 시민이 봐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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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정청약 사태로 시행사로부터 아파트 공급계약 취소 통보를 받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자이. 피해 입주민 41세대는 부정청약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를 봤다며 시행사의 공급계약 취소 철회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부정청약 파동으로 공급계약 취소 사태(국제신문 지난 25일 자 1면 등 보도)에 직면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아파트에 사는 40대 A 씨는 27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울분을 토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위해 어렵게 선택한 곳이 바로 이 집이었다. 2016년 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한 그 해 목돈을 들여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이 집을 샀을 때만 해도 달콤한 꿈에 부풀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A 씨는 부산에 거주하는 아내와 살기 위해 2018년 결혼과 동시에 이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6억 원에 달하는 집값이 부담됐지만, 위치나 향후 미래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좋아 보였다. 4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그는 “서울에서 근무하다 결혼을 위해 큰 맘 먹고 삶의 터전을 부산으로 정해 집을 구했다. 이 집이 청약 부정 당첨된 곳인 줄은 까맣게 몰랐다. 알았으면 상식적으로 이 집을 샀겠느냐”며 “입주해서 등기까지 마친 후 잘 살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시행사로부터 공급 계약이 취소된다는 얘길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은 아파트에서 부정청약 당첨이 있었다는 사실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전달 받아 지난 4일 A 씨에게 공급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한순간 다른 집으로 이사가게 생긴 A 씨 가족은 그때부터 불안하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해운대구와 국토부에 선의의 피해자임을 호소했다. 하지만 계약 취소 결정권을 가진 시행사 측과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해운대구와 국토부가 A 씨의 민원을 받아 소명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선의의 피해자임이 확인됐다. 이에 해운대구는 시행사 측에 “A 씨를 포함한 해당주민들은 선의의 피해자다. 주택 공급계약 취소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 시행사 측은 이달 중 최종 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 씨는 “처음엔 소명자료만 제출하면 해결 되는 줄 알았다”며 “내가 산 분양권이 어떤 부정한 방법으로 당첨됐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갑자기 집을 떠날지도 모르게 되니 모든 생활과 계획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A 씨의 아내는 이번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어렵게 임신한 아이를 유산했다. “계약 취소 소식을 듣고 갖은 스트레스와 걱정에 시달리며 한숨도 못잔 날이 이어진 결과”라고 A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 씨는 다시 서울로 발령이 나 다음 주부터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는 “당장 서울에 작은 오피스텔이라도 구해야 하지만 이 집을 사기 위해 이미 많은 대출을 낸 탓에 이마저도 어렵다. 만약 계약이 취소된다면 지금 아파트 가격보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받고 나와야 한다”며 “이 돈으로 서울은커녕 부산에서 전세도 구하기 쉽지 않다. 아파트 값이 오르면 이 돈으로 서울에서 아내와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지금까지 매월 200만 원이 넘는 대출금을 갚아왔지만 이번 일로 모든 것이 물거품됐다”고 말했다.
A 씨는 시행사 측이 애초 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취소 결정을 내리려 한다며 선의의 피해자를 분명히 가려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부와 지자체에서도 선의의 제 3자에 대해서는 현재 입주를 완료한 상황을 감안해 과도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사가 정부 요구마저 무시한 채 공급계약을 취소한다면 취소 공급분에 대해 높은 분양가로 다시 이윤을 챙기려는 목적이 분명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뿐만 아니라 이번에 피해를 본 세대들은 노후와 아이 교육을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계약했다. 최초의 부정청약 당첨자는 벌금을 내면 그만이지만 엄동설한에 내몰리게 된 우리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시행사가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올바르게 결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