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2년째 공시제도 추진 ‘차일피일’
- 매수자 분양권 부정 여부 확인 불가능
최대 41가구의 아파트 공급계약이 취소될 것으로 보이는 해운대 마린시티자이의 부정청약 사건 여파를 두고 피해자들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법령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허위청약 등 부정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빚어진 피해를 선의의 피해자인 일반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피해 입주민들이 이 같은 주장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자마자 동의자가 100명을 넘겨 관심을 받았다.
현행 주택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은 자에 대해 국토부 장관 또는 사업 주체가 해당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번 경우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사업 주체가 그들의 소명을 듣거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은 전혀 없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2018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방안’에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내용의 정책이 담겼다. 당시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도상 부정청약의 경우 사업 주체가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나 수사에 2, 3년이 소요돼 그 사이 부정청약자로부터 주택을 매수한 입주자가 있으면 공급계약 취소 시 선의의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매수자가 해당 분양권의 부정 당첨 및 의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시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이번 사건처럼 선의의 피해자는 아무런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행법상 정부가 나설 여지가 없다”며 발을 빼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점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피해자 A 씨는 “시행사는 분양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사업 주체다. 그런데 분양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부정 청약 등 범죄에 개입하지 않은 현 입주자에게 지우면서 시행사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안타깝지만 현행법상 피해 입주민이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낮다. 또 시행사 측은 이번 사건에서 서울 유력 로펌에 재판을 맡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정부가 약속한 공시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또 입법을 통해 부정청약 등 원인을 제공한 교란사범이 적발되면 최소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 처벌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주택 청약 관리 소홀 탓에 범죄와 무관한 일반 시민이 피해를 보는 현행법 구조는 위헌 소지가 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주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