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적 피해 근거 치상 혐의 적용
- 검찰, 구속 관철시키려 승부수
- 법원 이례적으로 빠른 기각 결정
- 정치적 의도 무리수였단 평가도
검찰이 추가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전구속영장(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2면 등 보도)을 법원이 또다시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섣부른 영장 재청구로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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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18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부산 사상구 부산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지법은 지난 18일 오 전 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해 부산지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은 “이 사건 당시 피의자의 지위 및 피해자들과의 관계, 영장청구서에 적시된 구체적인 언동을 고려하면 피의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크다고 할 것”이라면서도 “현 단계에서 구속의 상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이 수사기관의 소환에 성실히 응해 온 점 등으로 미뤄 도주 염려가 없어 보이는 데다 증거 인멸의 염려도 크지 않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오 전 시장의 심문은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가량 이뤄졌으며, 법원의 기각 결정은 일과 시간이 끝난 직후인 오후 6시30분께 나왔다.
검찰은 지난 6월 구속영장 청구 때 적용했던 강제추행 혐의 외에도 강제추행에 따른 피해자에 대한 치상 혐의와 강제추행 미수, 무고 등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제추행 치상 혐의 적용은 피해자의 물리적 피해가 아닌 ‘정신적 피해’를 근거로 적용된 것으로 분석돼 큰 관심을 모았다. 오 전 시장이 사퇴 전 실토한 강제추행 피해자는 부하 직원으로, 이는 권력형 성범죄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강조해 혐의를 적용한 검찰의 승부수가 받아들여지면 사회적 경종을 울려 권력형 성범죄 감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법원 기각으로 허사가 됐다.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강제추행 치상은 단순 강제추행에 비해 형이 훨씬 무겁다. 법원이 이 혐의를 인정했다면 오 전 시장이 받을 수 있는 벌이 훨씬 더 커지고,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도주 우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하지만 청구를 기각한 법원 판단 내용을 보면 해당 혐의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도주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전직 광역단체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때는 검찰도 만전을 기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법원의 기각 결정은 오후 6시30분께 이뤄졌다. 통상 법원은 유명인사의 구속 여부를 밤늦게 결정해 고심의 흔적을 보이는데, 특별한 고민이 필요 없을 만큼 결정이 빨리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내용 발표 직후 이뤄진 영장 청구로 법조계에선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이번 기각으로 검찰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 법률 대리인인 최인석 변호사는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심문 때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을 강조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