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차 비행 시뮬레이션
- 법제처의 유권해석까지
- 김해案 폐기 변곡점 돼
- 이젠 가덕 속도 낼 차례
2020년 4월 20일, 7월 23일, 11월 10일은 부산의 미래 100년의 변화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필자는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실무 총괄을 담당하면서 이 3일을 김해 확장안 백지화의 3대 변곡점으로 늘 뽑는다. 2019년 12월 6일에 출범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무려 11개월이 넘는 검증 기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반의 극심한 열세를 딛고 반전이 일어났으니, 첫 번째 변곡점인 1차 비행 시뮬레이션 결과였다. 비행기 사고는 대부분 착륙할 때 발생하는데, 착륙 실패 후 재이륙하는 상황, 즉 실패접근 절차(missed approach) 때 금정산에 충돌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4월 23일 부산시장이라는 최전방 공격수가 사퇴하게 된 것이다. 몇 군데서 전화가 왔다. ‘이제 강성 가덕 전도사도 사라졌으니, 어차피 안 되는 가덕신공항 말고 부산은 실리를 찾으라’는 말이었다. 부산시를 장군이 죽으면 게임이 끝나는 ‘장기(將棋)’로 본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 운영시스템은 바둑과 같다. 잘난 알도, 못난 알도 없이 오직 놓인 위치가 그 가치를 결정하는 바둑 말이다. 뜨거운 부산시민의 열정, 축적된 공무원들의 노하우, 수도권 일극체제와 맞서는 정론직필 부산언론 등 모든 알들의 ‘집합적 가치’가 이번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두 번째 변곡점은 1차 비행 시뮬레이션을 만회하기 위해 2차 시뮬레이션을 강행하다 불거져 나온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김해공항 주변에 즐비한 산악 지형물이 비행 절차 수립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부산시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부터 로건 보스턴 공항까지 수백 개 주요 공항의 실패접근 상승률을 분석했고, 2000개가 넘는 공항의 활주로 문제를 평가했다. 또한 국내 법규 뿐만 아니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현 규정, 그리고 과거 규정 연혁까지 샅샅이 뒤졌다. 관련 문서만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실로 엄청난 작업이었다. 과연 일부 수도권 논리대로, 정치적 논리가 덧씌워진 비과학적·비객관적 검증 결과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세 번째 변곡점은 법제처의 유권해석, 즉 김해공항 주변의 산악장애물을 절취 없이 그대로 방치해도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고 결국 우리 손을 들어주었다. 쉽게 말해 비행장을 설치하기 위해선 산악 장애물의 절취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허용된 비용 범위 내인지 그리고 사업 기간은 애초 목표대로 준수되는 것인지를 검토해야 하는데 사업 시행 주체가 이를 검토하지 않아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쐐기를 박는 것이었다.
이제 방향은 정해졌다. 속도의 문제이다. 가덕신공항은 침체된 부산 울산 경남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편협한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가덕신공항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생산유발 효과를 89조 원, 고용유발 효과를 53만여 명으로 추산한다. 이러한 메가 프로젝트를 본 적이 있을까? 또한 세계 최대 FTA(자유무역협정)라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역내 교역·투자 확대가 예정돼 있어 부울경이 수출입 전진기지로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가덕신공항이 건설됨으로써 육해공 트라이포트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 이는 세계 최고의 물류 플랫폼이 구축된다는 의미다. 해상 운송-저장-조립·가공-항공 수출과 같은 복합가공환적물류 고부가가치 생태계가 마련되는 셈이다. 국가균형발전과 물류 대혁명 완성의 양날개를 장착한 부울경호(號)가 글로벌 경제 허브의 가덕신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비상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