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구청장 “의회 역할은 ‘견제’”
부산 남구가 사업을 추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의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의회와의 협의 없이 구정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기장군과 닮은 꼴의 행보를 보인다.
16일 남구 의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의회는 구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홍보하는 이른바 ‘의회 패싱’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남구는 지난 8월 모든 구민에게 무료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언론에 공개했다. 남구 의회는 구가 29억 원을 추경에 편성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먼저 언론에 알려 마치 사업 추진이 확정된 것처럼 홍보했다며 집행부를 질타했다.
지난 9월에도 남구 의회 고선화(국민의힘)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역화폐 발행과 공공배달앱 등 대규모 예산이 수반돼 의회의 의결이 필요한 중요 사업임에도 언론보도로 접하는 게 정상적이냐”며 “의회의 검토 후 예산이 깎이거나 추진이 안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민은 모든 비판을 의회에 쏟아낸다. 일방적으로 홍보를 한 뒤 의회에 의사 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의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폭거”라고 지적했다.
기장군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기장군의회 황운철 의원은 군청이 의회와 협의 없이 외부에 군정 사업을 홍보한 것을 비판하며 지난 5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란의 원인을 민선 단체장의 의욕 과잉에서 찾고 있다. 특히 박재범 남구청장은 지역화폐인 ‘오륙도페이’에 이어 최근 부산 최초 공공배달앱 ‘어디GO’ 시행 등으로 오규석 기장군수와 행정 스타일이 흡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 군수는 잦은 1인 시위와 직접 현장을 찾아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호평을 받는 동시에 일방주의 행정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반면 의회의 역할은 구정을 ‘견제’하는 것이지 사전에 ‘승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사업 추진이 구의 재정 등과 맞지 않으면 제동을 거는 것이 의회의 권리이자 역할이라는 얘기다.
박 구청장은 논란에 대해 “집행부가 사업을 추진 단계부터 의회와 논의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