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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레지던스, 해운대 호텔촌 점령

공동주택 못 짓는 관광특구 불구, 규제 교묘히 피한 레지던스 성황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20-11-16 22:04:25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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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최근 41층 건물 건축 허가
- 호텔 유사한데 주거·취사 가능
- 베드타운화·투기처 전락 우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숙박업소촌이 사실상 주거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개발업자들이 코로나19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는 업소를 매입해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로 바꾸고 나섰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관광특구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해운대구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16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뒤편에 있는 R호텔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땅에는 41층 규모의 레지던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 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 뒤편 R호텔 땅에 연면적 2569㎡, 지하 8층, 지상 41층, 327실 규모로 레지던스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업체 측은 지난달 해운대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땅은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지역으로 지정돼 기준 높이가 95m로 제한된 곳이다. 하지만 공개공지 20%, 옥상녹화 5%, 최고높이 완화 25.69%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받아 142.92m 높이로 부산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R호텔 근처 A모텔도 한 사업자가 철거 후 레지던스 건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에도 숙박업소를 레지던스로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문의가 많은 상황이다.

레지던스가 잇따라 들어설 경우 주변이 주거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 일대는 지구단위계획상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지만, 일반상업지역이어서 레지던스를 지을 수 있다. 공동주택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주거단지가 대거 들어서면 규제 실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개발업자들이 레지던스를 선호하는 것은 이윤이 높고, 규제는 적기 때문이다. 레지던스는 호텔과 비슷하지만 취사나 세탁 등이 가능해 대부분 주거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법 적용을 받지 않고 다주택자 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신규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구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분양 열기도 뜨거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마구잡이식 레지던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아대 최규환(관광경영학) 교수는 “여름철 숙박시설이 부족할 때가 많아 한두 개 레지던스가 생기는 것은 관광객 수용 측면에서 좋을 순 있다”면서도 “부동산 투기나 분양 수익 등 사업성을 앞세워 우후죽순 생길 경우 관광특구 해운대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고 일대 주차난, 교통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것을 구에서 제재할 법적 장치가 없다.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숙박업소촌이 베드타운화 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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