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실무 직원 과실만 인정
- 재해기업 처벌법 필요성 커져
부산 사상구 학장동 황화수소 누출 사고의 원청 기업인 포스코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았다. 3명이 숨지고 1명이 현재까지 의식불명에 빠질 정도로 인명 피해가 컸지만, 법원이 포스코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정성종 판사는 5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포스코 기술연구원 소속 A 씨에게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를 대신해 폐수를 넘긴 B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연구원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전 원장 C 씨와 포스코 법인에 적용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11월 28일 A 씨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폐수처리업체에 폐수 성분을 알려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A 씨는 폐수처리 업무와 무관한 동료 B 씨에게 폐수를 넘겨주도록 했고, B 씨는 확인서에 황화수소가 포함됐다는 내용을 빠트리고 ‘기타 폐수’로만 기재해 대리 서명한 후 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본사인 포스코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1심은 포스코 법인에 대해 피해자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성립하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아닌 점을 무죄 선고 이유로 들었다.
대기업에 관대한 법원의 판결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2018년 3월 해운대구 초고층 건물 엘시티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4명의 근로자가 숨졌지만, 시공사인 포스코 법인은 1심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관계자 모두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과실치사 혐의로 기업 피고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최근 3년 새 부산에 1건도 없었다.
이번 판결로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에 대한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이 법은 산업현장의 대형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보듯 현행법으로는 산업현장의 대형 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부산운동본부 남영란 집행위원장은 “대기업에 사고 책임을 묻지 않는 판결이 계속되면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산업현장의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은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해 자동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소관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