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걷고 싶은 길 <104> 양산 통도사 무풍한솔길

흙길 휘감은 노송서 피톤치드 뿜뿜…통도천 따라 거닐면 절로 ‘힐링’

  •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  |   입력 : 2020-11-01 19:25:31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너비 5m에 1.6㎞ 흙길 펼쳐져
- 숲·바위·계곡 어우러져 장관
- 형형색색 전시된 국화 눈 호강
- 길 평탄해 가족 단위 산책 제격
- 어두우면 석등이 이정표 역할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통도사 내 ‘무풍한솔길’은 2018년 제1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생명상(대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숲이 아름다운 곳이다.
   
통도사 산문에서 무풍한솔길을 따라 경내로 들어가다가 뒤돌아본 전경. 통도천을 곁에 두고 걷는 흙길 주변에는 춤을 추듯 굽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다.
무풍한솔길은 통도사 산문에서 청류교 인근 사찰 경내 주차장까지 1.6㎞ 길이 다. 너비는 5m가량의 흙길이라 걷기가 편하다. 길의 이름처럼 통도천을 따라 경내까지 쭉 뻗은 아름드리 노송이 춤추듯 구불거리는 길을 걸으면 항상 푸르른 기운이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길옆의 수량이 풍부한 통도천, 영축산 자락의 숲과 바위가 함께 어우러진 절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시원한 바람에 춤추는 아름드리 노송

   
무풍한솔길이라는 명칭은 소나무를 춤추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 길에 들어서면 시원스럽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양쪽에 늘어서 도로를 휘감은 긴 가지가 길 위를 차양처럼 덮고 있다. 마치 소나무가 도열한 의장대를 사열하는 으쓱함을 느낀다. 키가 클 뿐만 아니라 똑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이 제각각 용틀임하듯 구부러진 아름다운 나무들에 압도당한다.

통도천의 맑은 물과 기암괴석도 볼거리다. 통도천 암석의 기이한 모양을 감상하다 보면 걷는 게 전혀 지루하지 않다. 통도천에서는 법구경이나 시가 새겨진 비문, 창건설화를 간직한 용혈암, 죽음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비장을 만날 수 있다. 통도사에 전해지는 비사의 흔적을 무풍한솔길을 걸으면서 살펴볼 수 있는 것도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길 중간쯤 가면 약수터가 나온다. 바가지로 시원한 샘물을 마시면 가슴까지 씻기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진다. 약수터에서 산문 쪽으로 조금 더 가면 팔각정 정자가 나온다.

정자에 홀로 앉아 명상에 잠겨 보았다. 살랑살랑 바람 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큰 스님의 독송처럼 그윽하게 들렸다. 팔각정 정자는 터가 넓은 데다 주변에 소나무를 비롯한 수려한 수목으로 조경을 해놓아 잘 꾸민 공원에 들른 느낌이다. 정신이 맑아지며 속세와 거리를 둔 듯한 아득함마저 느껴진다. 깊은 산사가 주는 즐거움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풍한솔길을 걷다 보면 지난 9월 이 일대를 할퀴고 지나간 태풍 탓에 일부 소나무는 가지가 부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이 준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이 자연재해 탓에 손상당한 것을 보니 가슴이 쓰렸다. 이 길에는 석등이 많다. 어둠이 내린 뒤 불이 켜진 석등의 모습이 아름답다. 통도사 경내로 가는 이정표는 길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

무풍한솔길은 흙길인 데다 평탄하고 거리도 멀지 않아 어린이들도 함께 걷는 데 무리가 없다. 또 가로등이 훤해 초저녁에 걸어도 괜찮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 단위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무풍한솔길 곳곳에는 벤치 등 편의시설은 물론 화장실도 있어 편리하다.

■가을을 알리는 국화 전시 보는 재미

   
무풍한솔길 중간에 전시된 국화 작품.
요즘 무풍한솔길에 가면 양산시가 설치해놓은 아름다운 국화를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소년 장사 모습을 한 국화를 비롯해 개선문 모습의 국화 작품 등 다양한 품종과 색깔, 모양의 국화를 감상할 수 있다. 양산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통도사 산문 주차장 일대에서 국화 전시 행사를 열고 있다. 이 기간에 무풍한솔길을 찾으면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듯한 설렘과 아름다운 소나무의 춤 자락을 만끽하며 걷는 즐거움 외에 국화를 감상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또 무풍한솔길을 걸어 통도사 경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성보박물관을 비롯해 오래된 목조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통도사 일주문 왼쪽에서부터 통도천을 따라가는 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통도사 담장을 곁에 두고 걷는 길에서는 아래에 통도천의 청류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다만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경치에 푹 빠져 걸을 때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무풍한솔길로 경내까지 간 뒤 시간 여유가 되면 사찰 순례길을 걷는 것도 괜찮다. 통도사 안에는 12개의 암자와 사찰이 있는데 제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다. 이들 암자로 가는 진입로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잘 닦여 있는데 주말을 제외하면 차량 통행이 잦지 않아 호젓하게 걷기에 좋다. 물론 전체를 걸으려면 3, 4시간이 소요돼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는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마음이 가는 한두 개 암자만 찾는다면 가족이 함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무풍한솔길은 불자와 일반인은 물론 종교와 상관없이 찾는 이가 많다. 그만큼 길이 아름답고 걷기가 즐겁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삼보사찰 가운데 하나인 불보사찰인 통도사는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과 금강계단, 보물로 지정된 대광명전과 삼층석탑 등 문화재를 살펴보고 자연과 벗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무풍한솔길에서의 호젓한 산책은 즐거움과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김성룡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8. 8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9. 9[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9. 9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10. 10캐릭터로 동심 공략하고, 어른 향수도 자극하고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7. 7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부산에 살어리랏다…신(新)청산별곡
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