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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투입에도 삶의 질 악화…재생·재개발 사이 ‘딜레마’

도시재생 사업의 그늘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20-10-29 22:16:40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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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여울 부동산 광풍에 월세 급등
- 주민 “아이 뛰놀 공간 없어지고
- 관광객 소음에 생활여건 나빠져”

- 창원·전주 등도 재생 효과 짧아
- 완월동 일부 주민 재개발 주장
- 전문가 “사업지역 일시규제 필요
- 주민·관 협업, 자생력 키워야”

도시재생사업이 공익적인 목적의 재생과 상업적인 재개발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마을환경 개선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목적으로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주민은 떠나고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재생사업의 과실이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부산 서구청 강당에서 충무·남부민1동 일원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부산서구청 제공
이 때문에 도시재생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정체성 확립을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재생사업의 취지를 왜곡하는 지나친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한도 내의 규제나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흰여울문화마을의 사례는 재생사업의 순기능와 그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쇠락했던 마을이 재생사업의 도움으로 활기를 찾았다. 관광객이 찾아오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이나 건물을 가진 원주민은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뜻밖의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상승한 부동산 가격으로 원주민은 마을을 떠난다. 집값이 올라 팔고 나간 주민은 삶의 질이 개선됐지만,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반강제적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주민은 재생사업을 원망할 수 밖에 없다.

마을을 떠나간 사람 중에는 후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10년 넘게 월세 20, 30만 원을 주고 살다가 집주인이 카페가 들어올 예정이라며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했다”며 “아무래도 카페가 들어오면 집수리를 하고 월세를 훨씬 더 받을 수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A 씨는 할 수 없이 영도구의 다른 동네로 올해 초 이사했다.

현재 거주 중인 주민도 이 같은 마을의 상업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윤영아 흰여울마을공동체 사무장은 “예전에는 마을에서 아이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뛰어놀 수 있었는데 지금은 관광객들로 그럴 공간이 사라졌다. 소음은 훨씬 심해져 주거 여건이 되레 악화됐다”며 “도시재생이 되면 약국이나 과일가게 등 정주여건 시설도 함께 나아질 줄 알았지만 결국 카페만 남은 ‘뻔한’ 관광지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이 부동산 가격을 견인하지만 그 효과는 짧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창원시 마산 창동지역의 경우, 도시재생사업 이전인 2010년과 사업 이후인 2018년의 필지별 공시지가를 비교해 보면 전체 178개 중 151개(84.8%)가 하락했다. 전주시나 순천시도 사업이 시작될 즈음엔 부동산 가격이 일부 올랐다가 다시 회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 주민은 도시재생사업 대신 상업적인 재개발을 선호한다. 부분적인 변화보다 일대를 철거해 전면 변화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부산 서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8일 열린 서구 완월동 도시재생활성화계획 공청회에서도 일부 주민은 “고도제한 등 규제를 풀고 사업성을 높여 재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선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도 재생사업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다시 재개발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재개발은 이미 도시재생이 이뤄진 곳은 다시 진행할 수 없어 주민 불만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도시재생 지역의 부동산 규제 등과 더불어 도시재생의 효과를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의대 강정규(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른 곳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시적으로 토지거래 허가 등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재생은 사업 효과가 짧아 투기 자본이 빠져나갔을 때 다시 쇠락할 수 있는 만큼 주민과 관이 협업해 자생력을 가져야 하고 정부는 피드백을 통해 추가 사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김광회 도시균형재생국장은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지만 흰여울문화마을은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에 대한 보완 장치가 부족했다”며 “도시재생에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하는 등의 방안으로 주민이 상업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환경개선의 과실을 나눠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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