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업계가 약속한 조치 미흡”
- 분향소 강제철거돼 수사 의뢰
올 들어서만 전국에서 택배노동자 8명이 과로로 숨지면서 이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한다. 부산에서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가운데 숨진 택배노동자의 분향소가 누군가에 의해 강제 철거되는 일이 발생해 지역 노동계가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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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노동계가 19일 사상구 CJ대한통운 사상터미널 앞에서 택배노동자의 잇단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종진 기자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최근 한진택배에서 일하던 김모(36)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9일 밝혔다. 대책위는 김 씨도 과로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36살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는데 갑작스레 집에서 숨졌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말했다. 대책위와 유족은 회사의 사과와 보상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김 씨에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적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택배연대노조 등 38개 부산지역 시민·노동단체는 이날 CJ대한통운 사상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연휴를 앞두고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막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택배업계가 약속한 조치는 미흡했다”며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은 저버리고, 노조 조합원이 있는 터미널에만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부터 2주간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기간을 가질 계획이다. 또 부산지역 택배 노동자들은 토요일에 배송을 중단하고 전국 동시다발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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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과로사 노동자 분향소가 철거돼 구겨진 모습. 택배연대노조 제공 |
이런 가운데 택배연대노조 부산지부가 숨진 노동자를 추모하고자 부산 남구 CJ대한통운 우암터미널 앞에 설치한 분향소가 강제로 철거됐다. 노조 관계자는 “함께 일하다 죽은 동료 넋을 기리고 다시는 죽음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분향소를 설치했다. 어떻게 영정 사진을 쓰레기 마대 자루에 구겨 넣을 수 있냐”며 “분향소 강제철거 만행을 좌시하지 않겠다. 사건 주범을 찾아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택배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반복된 주요 택배회사를 긴급 점검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물류가 모이는 서브터미널 40곳과 대리점 400곳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벌여 안전조치 현황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함께 6000여 명의 택배 기사와 면담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