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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높이고 차이 줄이자 <2-1> 지역별 틈새 메우기- 동부산 틈바구니의 ‘그늘’

행정 중심지 연제구도 ‘역소외’ 느껴…도시 서비스 D등급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0-10-12 20:16:4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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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환경·복지·문화 등 6개 분야
- 부산 16곳 격차 연구 결과 13위
- 학급과밀·문화시설 부족 등 문제
- 인근 부산진구·동래구 성적 우수
- 같은 생활권임에도 지역차 뚜렷

- 핵심기능 대다수 거제동 집중
- 인구는 연산동이 배 이상 많아
- 지역 내에서도 주민간 격차 존재
- 도시 상황 맞춘 정책 접근 필요

부산의 지역 간 격차는 주로 서부산과 원도심 위주로 설명돼왔다. ‘서부산 시대를 열겠다’는 호언은 역대 부산시장들의 단골 멘트였다. 동부산보다 생활환경이 열악한 서부산에 행정 역량을 쏟는 게 당연했다. 부산의 역사만큼이나 노후한 원도심에도 다양한 시도가 펼쳐졌다. 무수한 문화단체가 원도심에 몰려들어 마을의 활기를 되찾으려 했다. 부산형 도시재생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주 무대도 원도심이었다.
   
연제구는 지리적으로 동래구와 부산진구, 수영구 사이에 끼어있다. 이 지역들과는 일부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그러나 부산을 동서남북으로 단순 구분해서는 지역 간의 다양한 격차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없다. 부산 동쪽 지역에도 분야에 따라 간과할 수 없는 격차가 감지된다. 이 같은 격차는 실제 지역의 행정 서비스 등 객관적인 차이뿐 아니라, 지역민이 격차를 얼마나 느끼느냐와 같은 주관적 체감 영역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등잔 밑이 어둡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한가운데 위치한 연제구다. 부산시청을 필두로 부산고용노동청,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부산국세청 등이 집결한 행정타운과 부산가정·지방·고등법원, 부산지방·고등검찰청과 그 일대를 가득 메운 법무법인 사무실로 이름난 법조타운이 형성돼있다. 지역 치안의 거점인 부산경찰청, 부산의 공공의료 그 자체나 다름없는 부산의료원,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이 사상 첫 승리를 거둔 곳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교사의 산실 부산교대, 여당인 민주당의 부산 당사도 연제구에 있다. ‘소외지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다.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연제구는 사실 커다란 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다. 이는 국제신문과 부산시의회 ‘격차 낮추는 모임’이 실시한 ‘격은 높이고 차는 낮추는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확인된다. 교육환경·사회복지·문화·교통·산업경제·생활환경 6개 분야 총 62개 세부지표를 활용해 부산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지역별·분야별로 파악한 연구다.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격차를 표준점수로 환산해 부산 구·군 간 상대적 차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지역별 서비스 수준을 도출하고자 표준점수를 분야별로 A~E등급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연제구는 종합순위 13위를 기록했다. D등급에 해당한다. 6개 평가 분야를 나눠 살펴보면, 연제구의 서비스 수준은 모두 C~E등급 사이에 자리한 것으로 측정됐다. 평균 또는 그 언저리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가운데 A, B등급을 받을 만큼 확실한 ‘강점 서비스’는 없었다는 말이다.

영도구(16위) 사하구(15위) 동구(14위) 수영구(9위)도 연제구와 마찬가지로 B등급 이상이 측정된 항목이 없었다. 영도·사하·동구는 국제신문 ‘마음의 틈새’ 지표(국제신문 지난달 1일 자 3면 등 보도)에서도 커다란 심리적 격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 지역이다.

연제구의 성적표를 뜯어보면 영·유아 및 어린이 관련 격차가 두드러진다. 연제구는 고령 인구와 노인여가복지시설, 보육시설, 병원 및 의사 수, EQ-5D(건강 중심 삶의 질 지수) 등 11개 세부지표로 구성된 ‘사회복지 분야’ 평가에서 E등급(15위)에 머물렀다. 특히 보육 시설 확보 부문에서 조사 지역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2019년 기준 연제구의 유아(0세~5세) 1000명당 보육 시설 수는 11.5개(보육 시설 101곳·유아 8780명)로, 강서구와 함께 부산 최하위다. D등급(12위)으로 비교적 선전한 ‘교육환경 분야(11개 세부지표)’에서도 유치원 학급당 원아 수 표준점수는 15위로 저조했다. 2019년 기준 연제구의 학급 대비 원아 수는 22.1명(학급 82개·원아 1810명)으로 부산에서 2번째로 과밀화된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이다.

‘문화 분야’에서도 연제구는 D등급(14위)이었다. 2018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박물관·도서관 등 문화기반시설이 1.9개(시설 4곳·주민등록인구 20만7840명)에 불과하고, 테니스장 등 공공체육시설이 33곳밖에(부산 하위 2위) 없다는 점이 결과에 영향을 줬다. 연제구 인구의 20% 수준인 중구에만 16개 공공체육시설이 설치돼있다. 11위(D등급)를 기록한 ‘생활환경 분야’에서는 연제구가 부산에서 사실상 공원이 가장 부족한 지역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2018년 기준 연제구의 인구 10만 명당 공원 면적은 39.4㎡로 최하위다. 부산 평균은 1108.2㎢다.

■틈 속의 ‘역소외’

반면 연제구의 이웃 동네들은 대체로 성적이 좋았다. 행정 경계를 직접 맞댄 부산진구(3위) 동래구(4위)는 종합 A등급을 차지했다. 부산진구 양정동, 동래구 사직동 등은 연제구와 생활권역을 공유한다. 수영강 건너 해운대구(1위) 또한 A등급을 얻었다. 해운대구는 교육환경·산업경제·생활환경 총 3개 분야에서 A등급을 받아, 16개 구·군 중 A등급이 가장 많다. 동래구는 교육환경·생활환경, 부산진구는 산업경제 분야에 A등급이 주어졌다, 연제구와 인접한 지역들인데도 도시 서비스 격차는 뚜렷한 셈이다. 한편 수영구(9위)는 종합 C등급을 차지했다. 수영구는 망미동 등이 연제구 연산동 등과 한 생활권역을 이룬다.

연제구 내에선 거제동(거제1~4동)과 연산동(연산1~6, 8, 9동)의 인프라에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중앙대로를 경계로 나뉘는 두 구역 중 핵심 기능 대부분은 거제동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16개 구·군 중 평균소득 5위인 연제구에서 주택, 사교육, 쇼핑(구매환경) 등 중산층의 주요 관심 분야는 사직동과 근접한 거제동에서 누리기 더 쉽다. 그러나 인구는 연산동이 14만6589명으로 거제동 6만3773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러한 상황은 지역민의 격차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에서 시민 98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격은 높이고 차는 낮추는 방안에 관한 시민 의견 조사’를 보면 연제구 응답자의 86.2%는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면서 격차를 느낀다’고 답했다. 동구(90.9%) 서구(88.9%) 사하구(86.5%)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다.

시의회 ‘격차 낮추는 모임’ 박민성(더불어민주당·동래구1) 의원은 “연제구는 연산동과 거제동의 인프라 격차가 있다. 또 주위에 해운대구 동래구 부산진구 수영구 같은 ‘비교 대상’도 있다. 자신이 사는 동네를 비교 평가할 때 그 대상은 항상 자기 거주지보다 더 낫다고 판단하는 곳을 향한다. 크게 부족할 게 없더라도 이런 환경이 지역민의 격차 인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연구는 지리적 구분과 같은 편의적인 기준 대신 각 지역의 상황에 맞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동부산 지역에 ‘역소외’를 겪는 곳이 존재할 수 있음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도시와공간연구소 여성준 박사는 “연제구는 지역만의 강점이나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종합 점수 산출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연제구 하면 부산시청, 연산교차로 등을 떠올리며 발전된 곳일 거라는 이미지를 갖지만, 인구수에 대비해보면 서비스 수준이 좋다고 볼 만한 지표가 없었다”고 해석했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산학연구센터장도 “동부산은 행정 당국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연제구처럼 보·교육, 문화 등 측면에서 격차가 나타나는 곳이 있다”며 지역별 정책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란색 계열이 진할수록 종합 표준점수가 높다. 해운대·동래·부산진구를 필두로 부산 동쪽 지역은 대체로 짙은 파란색을 띤다. 반면 연제구는 원도심인 동·서·영도구와 서부산인 사상·사하구와 함께 색이 옅다. 연제구의 종합 표준점수는 -2.41점, 해운대구는 4.94점이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격차로 들여다 본 지역별 서비스 수준

지역

교육환경 

사회복지 

문화

교통

산업경제

생활환경

종합

순위

해운대구

A

C

B

B

A

A

A

1

강서구

E

B

B

A

B

A

A

2

부산진구

C

B

B

B

A

D

A

3

동래구

A

B

C

C

B

A

A

4

기장군

B

A

B

A

D

B

B

5

금정구

A

C

D

B

C

B

B

6

중구

D

A

A

E

D

B

C

7

북구

A

C

D

B

D

C

C

8

수영구

C

C

C

D

C

D

C

9

남구

C

E

D

D

B

C

D

10

사상구

E

C

D

D

B

E

D

11

서구

C

A

F

F

E

D

D

12

연제구

D

E

D

D

C

D

D

13

동구

C

C

E

E

D

D

D

14

사하구

C

D

D

C

D

E

D

15

영도구

E

E

C

D

E

E

E

16

※교육환경·사회복지·문화·교통·산업경제·생활환경 총 6개 분야를 62개 세부 지표를 통해 표준점수를 도출한 뒤, 이 점수를 다시 A~E등급으로 산정해 지역의 서비스 수준을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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