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거제도포로수용소 건설 과정에서 인근 전답과 건축물 등을 강제 징발했다는 문서가 추가로 발굴됐다. 앞서 거제시가 발굴했던 ‘징발관계서류철 피징발자 피해 조서(1955. 12. 20)’에 이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거제시는 1957년 연초면에서 기록물로 남긴 ‘난민정착관계서류철(難民定着關係書類綴)’을 발굴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문서는 거제시기록관에 보관 중인 기록물을 국사편찬위원회의 ‘거제시 사료조사수집 연구팀’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문서는 거제도포로수용소의 2차 재배치 건설 공사과정에서 연초면 연사리·송정리 일대 전답과 건축물 등이 징발된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 중 송정리 177~204번지 일대 논은 포로묘지로 징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2016∼2017년 뉴욕 소재 유엔기록관리부에서 포로 묘지 등록부와 배치도를 수집한 바 있는데, 이번 문서 발굴에 따라 정확한 위치와 규모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서에 따르면 1957년 4월 8일 연초면장 직무대리 부면장 옥두석은 ‘유엔군 및 국군에 징발당한 부동산 보상신청의 건’이라는 서류를 거제군수에게 제출했다. 이 서류에는 징발확인서, 징발건물일람표, 징발토지일람표, 지적도사본, 징발보상신청서 등이 포함돼 있다.

징발확인서에는 1951년 5월 25일 국련군포로수용소(연합군 제1거제도전쟁포로수용소)가 연초면 연사리 토지(전답) 9568평과 건물 122동(건평 1575평·대지 5802평), 송정리 전답 6874평을 강제 수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소 폐지 이후 건축물과 토지는 1954년 11월 22일 원주민들에게 반환됐다.

징발토지일람표에는 87명의 소유자·소재지·지번·지목·지적 등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거제도포로수용소에 징발된 연사리 일대 건물과 토지는 일명 ‘MP다리(지금의 연초교)’의 검문초소, 병참 시설, 피란민 수용소 등으로 이용됐다.

거제시는 이 문서를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문화재로 등록한다는 방침이다.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포로수용소 설치와 소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문서로 사료적인 가치가 높아 세계기록유산 등재 목록에 추가될 수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포로수용소 건설 과정에서 인근 전답과 건축물 등을 강제 징발했다는 문서가 추가로 발굴됐다. 사진은 이번에 발굴된 ‘난민정착관계서류철(難民定着關係書類綴)’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포로수용소 건설 과정에서 인근 전답과 건축물 등을 강제 징발했다는 문서가 추가로 발굴됐다. 사진은 이번에 발굴된 ‘난민정착관계서류철(難民定着關係書類綴)’.